by류준영 기자
2013.01.22 08:00:00
루돌프 에브너 정 팀유럽 지사장 기조 강연...스케일 다른 韓·獨 벤처업계 분석
서비스 테스트에 장시간 할애하는 국내벤처...기존의 비효율적인 구조 꼬집기도
[이데일리 류준영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전 NHN 공동창업자)와 같은 ‘부자 슈퍼스타 CEO’가 한국에서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지난 21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선 루돌프 에브너 정(사진) 팀유럽(Team Europe) 지사장이 던진 말에 귀가 솔깃한 참관객들은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잡기 시작했다.
팀유럽은 독일을 기반으로 다양한 온라인 산업 분야에서 활동 중인 벤처 육성 기업이다. 에브너-정 씨는 아시아태평양 지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매킨지앤드컴퍼니에서 경력을 쌓았고, 지난 2006년에는 LG전자와 엔씨소프트 등 국내 기업에서 사업 개발을 맡아 일한 바 있다. 국내외 기업 사정을 훤하게 꿰뚫고 있는 그는 벤처업계 유명 투자 컨설턴트로 통한다.
에브너 정 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유럽 벤처캐피탈 규모가 미국을 따라잡고 있는 현상을 주목하며, 매년 1000억원에 가까운 인수가를 제시 받는 벤처회사가 2~3개씩 등장하고 있는 유럽 벤처시장 얘기로 좌중의시선을 사로잡았다.
에브너 정 지사장은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인 로켓인터넷으로부터 지난해 4500억원을 투자 받은 독일 신발 전문 온라인쇼핑몰 ‘잘란도(Zalando)’ 사례를 소개하며, “NHN이나 SK플랫폼, 이니시스 등의 골리앗 기업을 넘어설 수 있는 신생 업체들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마존(amazon)이나 이베이(ebay) 같은 기업체들의 최근 성장속도가 주춤한 반면, 신진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를 늦은 의사결정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5억원 투자를 결정짓는데 최소 한 달에서 최대 석 달은 걸린다”며 “스타트업의 재빠른 의사결정구조가 기존의 덩치 큰 기업을 재치고 추월할 수 있는 성공의 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장의 근거로 영국 대형 음반유통사인 HMV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는 90년간 영국 전체 음반 유통시장을 좌지우지 해오다 2000년초 온라인 음원 다운로드가 등장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고, 이달 결국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그는 “온라인 음원을 자유롭게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는 사운드 클라우드(SoundCloud)와 같은 서비스가 스마트기기 열풍과 함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며 서비스 트렌드를 뒤바꾼 이 서비스 역시 스타트업 상품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편 유럽과 다른 국내 벤처기업들의 비효율적인 경영방식을 꼬집기도 했다 .
그는 우선 서비스 테스트 버전이 완성되면 그 즉시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 내부에서 오랫동안 테스트를 진행하는 국내기업들의 관행을 지적한 것. 그는 “신제품과 서비스는 제작자가 모를 문제가 항상 나타나기 마련이므로 이를 최대한 빨리 서비스해서 소비자와 함께 해결점을 찾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또 예산이 충분해지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부터 고용하라고 주문했다. 마케팅 업무를 홍보대행사에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를 꼬집은 것. 그는 “마케팅 예산은 가장 큰 비용이므로 CEO를 비롯해 임직원들이 모두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적당한 금액의 펀딩만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초기 펀딩 금액이 크면 클 수록 스타트업 사장들은 회사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한편으로 오너십을 발휘하기가 힘든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