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경탑 기자
2000.12.19 08:55:21
회사의 일방적인 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계획에 반발, 파업사태를 맞은 한국통신의 사태가 사측의 강경 방침과 노조측의 강력 맞대응으로 치달으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명동성당에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통노조의 파업 참여자는 첫날밤 농성에 참여하지 못했던 지방본부의 조합원들이 밤늦게까지 버스를 동원, 속속 파업현장에 참여함으로써 전날보다 크게 늘어나 2만여명(노조집계)에 달하고 있다.
이에반해 사측은 여전히 "추운 날씨로 인해 파업대열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집회 참여율도 10%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또 이번 파업의 주동자 및 단순가담자도 엄벌, 징계할 예정이며, 파업참가자를 구조조정의 집중 대상으로 삼겠다는 등 강경 방침을 밝혔다.
급기야 어제밤(18일) 늦게 회사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서 이동걸 노조위원장, 임종배 부위원장 및 각 지방본부 지부장 1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이번 파업은 한통노조원에게 있어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여느 파업현장과는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참여자의 성향에서 다른 점이 있다.
즉,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노조집행부의 지도계획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생존권에 직결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파업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이 여성이나 40∼50대의 중년층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나타난다.
이같은 상황으로 볼때 한통노조의 파업은 생존권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하면 쉽게 해결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었고 노조측도 그다지 강경한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노조측과 어느정도 협상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회사측이 돌연 강력 대응에 나서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노조관계자는 사측의 최근 강경방침에 대해 "회사의 분리, 분할안은 원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론을 피력하고, "현재 서울,부산,대구지역 및 전국 조합원들이 파업대오에 추가로 집결하고 있어 참여인원이 더 늘어나고 있다"라고 밝혀 한통의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파업은 이계철 사장 등 현 경영진의 자발적인 대응책이라기 보다는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본격적 대응책이라는 면에서 한통 파업이 노정간의 최악의 충돌 등 파업의 장기화를 예고하기도 한다.
18일 파업현장에 민주노총 주요간부들이 대거 참여하고, 이들간의 공조에 따라 노측이 19일 새벽, 강경으로 선회, 전날 협상의 최대쟁점이었던 "한통의 분리,분할안"과 관련하여 "원천적으로 협의조차 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강경방침을 밝히는등 분위기가 격앙되고 있다.
결국, 점점 늘어나는 노측의 파업대열과 회사 혹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물러설수 없는 강경 방침이 한통사태를 장기화해 데이콤에 이어 양대 통신사의 장기파업사태를 유발, 연말 통신대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오는 21일 명동성당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하는 "노벨평화상 수상 축하미사"가 예정돼 있어 그 이전에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진압이나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