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100일…혼돈 정국에 롤러코스터 탄 尹지지율

by김유성 기자
2025.03.13 05:00:00

예상치 못한 계엄, 尹 지지율 10%대 바닥권
민주당 탄핵 남발 역풍에 與 지지율 역전
尹 석방 이후 다시 정국 혼란→野 결집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2024년 12월 3일 밤 10시30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정국을 혼돈 상태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국회에 군대가 들이닥치는 초유의 장면이 전국으로 생중계됐고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급전직하했고 야당은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을 두고 ‘정치적 자살’이라고 표현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로부터 100일. 여전히 정국은 혼돈의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에 이어 대통령 권한 대행이었던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국회 탄핵으로 업무가 정지되면서 국민 불안이 커졌다. ‘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까지 야권으로부터 탄핵 압박을 받았다.

길어지는 탄핵 정국 속에 여권과 보수 지지자들이 결집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며 똘똘 뭉쳤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국회 탄핵 소추 전보다 더 높아졌다.

비상계엄 선포 전이었던 지난해 11월말 야당은 정부예산안 중 예비비와 특수활동비 등을 감액한 ‘야당표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제출했다.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과 함께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폭로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당시 윤 대통령의 직무평가 지지도는 19%(11월 넷째주 한국갤럽 조사 기준. 만 18세 이상 전국 유권자 1001명 응답, 전화면접조사방식)였다. 부정평가는 72%였다. 그의 지지율은 계엄 선포와 함께 더 떨어졌다. 계엄 직후 진행됐던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6%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2016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탄핵이 임박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1차 탄핵 소추안이 불성립됐던 12월 둘째주(10~1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긍정 평가는 단 11%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0%, 국민의힘 24%로 벌어졌다. 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에 더 박차를 가했다.

이후 12월 셋째주부터 한국갤럽은 대통령 직무평가 지지도 조사를 중단했다. 국회 탄핵으로 직무정지가 된 이유가 컸다. 조사업계에서는 이때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초반 혹은 그 이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 지지도 격차였다. 12월 셋째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은 48%로 올랐고 국민의힘은 24%를 기록했다. 계엄 이후 가장 큰 격차였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가 탄핵 통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내란정당’이라는 오명을 야권으로부터 듣게 된다. 내우외환에 자중지란이 겹쳤다.



반전의 계기는 민주당의 ‘줄탄핵’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한 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에 올랐지만, 민주당은 한 총리마저 탄핵 소추했다. 국회에서 의결한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거부했다는 명목이었다. ‘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 목소리도 야권에서 나왔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실제 한국갤럽조사 기준 탄핵 찬성 75%, 반대 21%였던 여론 지형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 결과였다.

1월 3~4일 한국평판여론조사연구소가 한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99%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4.7%)를 기록했다. 조사 신뢰도에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나 보수 지지층이 ‘탄핵 반대’로 결집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신뢰성 면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는 전국지표조사(NBS)나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보수 결집이 확인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역전하는 결과까지 나왔다. 여론 지형의 변화에 따라 국민의힘 내에서는 친윤계가 힘을 얻었다. 한남동 관저 앞과 광화문, 여의도 등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몰렸다. 한 정치평론가는 “없던 팬덤이 탄핵을 계기로 생긴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진영 간 대결로 비화되면서 사법부의 권위에 불응하는 행태까지 나타났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들려지자 습격을 받았다. 극렬지지자들이 법원 안까지 난입해 집기를 부수는 등 사상 초유의 사건을 벌였다.

윤 대통령의 석방은 답보상태에 있던 탄핵찬성 여론을 결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의 석방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민주당 등 야당은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국민의힘 내 친윤계 의원들은 릴레이 밤샘시위를 여는 등 맞불을 놓았다. 이들은 민생법안 논의를 위해 구성한 국정협의회마저 제쳐둔 채 각자의 지지자들이 있는 광장으로 나갔다. 헌재의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가운데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하든 이를 불복하는 움직임으로 혼란이 극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양당 대표가 나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라고 약속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앞으로 펼쳐질 혼란 정도가 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