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다 키운 청소년 도박..공론화에 예방교육 전면 확대해야"
by김형환 기자
2025.02.11 05:00:00
■신미경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청소년 도박 근절 해법은
예치원 상담 청소년 4년새 3.5배 늘어나
“게임 형태서 성인 도박과 유사하게 변화”
“중독시 정신건강 문제부터 범죄 손대기도”
[이데일리 박기주 김형환 기자] “불법도박을 일종의 오락으로 여기고 호기심에 시작하는 거에요. 문제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빠지는 인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신미경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치원) 원장은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도박을 접하는 청소년이 어려지고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예치원에 따르면 도박 문제로 치유·상담 서비스를 받은 청소년은 2020년 1286명에서 2023년 2093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4144명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약 3.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신 원장은 “예치원을 찾지 않은 청소년들도 상당히 많은 수준”이라며 “스마트 기기를 통해 불법도박 시장에 접근하기 쉬워진 환경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 신미경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이 서울 중구 퇴계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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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원장은 최근 청소년 도박 경향이 과거 ‘스포츠 도박’이나 ‘실시간 게임’에서 불법 온라인 카지노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도박이나 실시간 게임과 달리 불법 온라인 카지노는 24시간 이용할 수 있고 바로 결과를 볼 수 있어 중독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청소년 도박의 행태가 게임의 형태였다면 최근 성인 도박과 유사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카지노 도박을 이용한 청소년 비율은 59%로 2020년 대비 7배가량 늘었다.
성인과 달리 청소년은 아직 성장을 마치지 못해 자제력이 떨어지고 중독에 더욱 취약하다. 신 원장은 “청소년 도박으로 인해 우울·불안·스트레스와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유발되고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나 징계를 받아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심지어 돈 문제로 2차 범죄에 연루되거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나 도박으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중고 거래 사기부터 절도, 폭행까지 다양한 범죄에 손을 대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를 터부(금기)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많은 부모들이 청소년 도박을 언급하는 것 자체로 오히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나 각 가정에서 청소년 도박 문제를 금기시하고 ‘우리 아이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방 교육에 있어서도 더 교육하고 알리고 싶어도 ‘아이들이 더 도박에 대해 알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환경에서 싫든 좋든 불법도박에 노출되고 있는 만큼 예방 교육은 청소년들이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며 “각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먼저 도박 예방 교육에 참여하고 아이들이 도박에 빠져들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단순히 불법 도박에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른바 ‘총책(또는 총판)’으로 불리는 모집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학교 내 친구들을 자신이 이용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로 유인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사용 금액에 대한 수수료(1.2%)와 잃은 금액 30%를 받는 식이다. 이렇게 큰 돈을 만진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 총책들을 총괄하는 업무를 하거나 불법 도박 사이트 개점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신 원장은 “청소년 중 처음에 도박에 참여하다 도박장 운영이 돈이 된다 생각해 도박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총책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고 개입하기 위해서는 도박 문제를 공개하기 꺼리는 환경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불법 도박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는 풍토에서 불법 도박 문제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불법 도박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예방’으로 꼽았다. 그는 “일단 중독이 되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방 교육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 불법 도박임을 인지하고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저항성을 기르는 것과 함께 부모나 학교가 도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민감성’을 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 신미경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이 서울 중구 퇴계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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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박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며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청소년 도박과 관련한 관계 부처가 난립한 상황에서 이를 주도할 주체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 원장은 “관계 기관은 상당히 많은데 이를 통제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사실이고 교통 정리가 필요하기도 하다”면서도 “청소년 도박 근절은 어느 하나의 기관에서 할 수 없다. 예방 교육을 하는 교육부도, 청소년 업무를 맡은 여가부도 중요한 만큼 협업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도박 문제는 이미 현실이 된 만큼 이를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불법 도박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경우가 상당수”라며 “(가정과 사회가)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도박 문제 예방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