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5.01.07 05:00:00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25’는 인공지능(AI)이 화두다. 올해 주제 ‘다이브 인’(Dive In)에서 보듯 AI 기술이 어떻게 일상으로 뛰어들었는지 확인하는 자리다. 그러나 국가 단위로 보면 차이나테크의 진화가 단연 이목을 끈다. 올해 중국은 역대 최다인 1339개 기업이 부스를 차렸다. 미국(1509개)에 이어 2위다. 과거 중국 제품은 가성비에 의존했다. 지금은 성능을 앞세워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올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트럼프 관세보다 중국산 제품의 약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미국의 기술 봉쇄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기술력 향상은 거침이 없어 보인다. 간판 가전업체 하이센스는 ‘당신의 인생을 AI하라’(AI Your Life)를 슬로건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한 ‘스마트 키친’을 선보인다. 지리그룹은 전기차 3종을 선보이는데 미니밴 ‘지커 믹스’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와 손잡고 개발했다.
굳이 전자쇼가 아니더라도 차이나테크의 힘은 이미 현장에서 확인됐다. 전기차의 경우 전통의 자동차 강국인 독일마저 폭스바겐 등이 공장을 폐쇄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본 역시 닛산과 혼다가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맞설 요량으로 합병에 합의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를 넘보고 있다. BYD는 버스·트럭에 이어 내년부터 한국 승용차 시장에도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TV 등 국내 가전분야에서도 하이센스·TCL 등 중국 기업들이 자리를 잡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중국 업체는 폄하할 대상이 아니라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AI 신기술을 앞세워 성큼성큼 진격 중이다. 우리는 주춤주춤 따라가는 수준이다. 이래선 중국에 뒤질 수밖에 없다. CES 2025에선 차세대 기술로 양자컴퓨팅이 부각됐다. 중국은 양자컴퓨팅 기술에도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 있다. 세상은 광속으로 바뀌는데 우린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마저 풀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