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가피해진 헌재 마비...巨野, 국가기능 정지 원하나

by논설 위원
2024.10.11 05:00:00

위헌법률 심판, 탄핵 심판, 정당 해산 심판, 헌법소원 심판 등의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헌재)가 17일 이후 기능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됐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 등 3명의 임기가 이날로 끝나는데 여야 대치로 후임 재판관 선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6명으로는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민주당이 국회가 선출하는 3명의 헌법재판관 중 2명을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재판관 9명 중 3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한편 나머지 3명은 국회가 선출토록 하고 있다. 국회 몫 3인은 통상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국회 의석수를 앞세워 2명 추천을 관철시키겠다며 고집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헌재 마비가 국정에 상당한 차질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가 탄핵을 의결한 공직자는 직무가 정지되는데 탄핵 여부를 최종 심판할 헌재의 기능이 마비되면 해당 공직자는 계속 업무 복귀를 할 수 없다. 해당 기관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실제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검사장이 현재 이런 상태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하면 민주당이 사실상 공직자 해임권을 갖는 꼴이 된다. 심지어 요즘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마저 현실화될 경우 헌정 마비 사태가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여야가 재판관 선출방식에 합의한다 해도 인사청문회와 국회 동의 등을 거치는 시간을 감안하면 현 상태에선 헌재 마비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거대 야당이 의도적 헌재 무력화를 통해 야당 단독의 탄핵 절차 완성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입법부에 이어 행정, 사법부까지 쥐고 흔들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려면 민주당은 후임 재판관 선출에 적극 협조해 헌재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거대 야당이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정략적으로 국가 전체를 마비시키려 한다는 오명도 벗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