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몰리는 국내 이커머스…"역직구도 안심못해"

by신수정 기자
2024.03.13 05:40:00

[블랙홀이 된 알리]③알리 2월 MAU 11번가, G마켓 제쳐
소비자·판매자 쩐해전술로 빨아들여
역직구 대안떠오르지만 이마저도 위태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저가 공습에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품질과 관계없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이 좋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국내 판매자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판매자를 대거 유치하고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알리에 종속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1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알리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데이터 기반 기업·시장 분석업체인 와이즈맨·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올 2월 기준 818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월(336만명)보다 약 2.4배가 늘었다. 쿠팡을 제외한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월간 활성이용자수를 추월했다. 같은기간 11번가는 735만명, 지마켓은 552만명으로 집계됐다. 알리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이커머스업계 안팎에선 알리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마케팅인 ‘쩐해전술’에 속수무책이다. 알리는 최근 한국기업관인 ‘K베뉴’ 코너를 신설, 수수료 면제 정책을 펼치며 국내 기업들을 대거 유치 중이다. 국내 이커머스는 알리와 ‘쩐의 전쟁’을 펼칠 총알(자본)도 없을 뿐더러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규모의 내수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려는 국내 식음료업계의 발길을 붙잡을 만한 당근책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알리에는 애경과 유한킴벌리, P&G에 이어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다양한 분야의 소비재 제조사가 입점했다. 여기에 가공식품과 신선식품 판매까지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롯데온과 홈플러스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품목의 수수료를 내리거나 면제하는 등 맞불을 놓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알리익스프레스 한국기업관 화면 캡처.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한 쿠팡을 제외하고선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위기상황이다. 지마켓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21억원, 롯데온은 85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11번가는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모두 적자를 보고있다. 가뜩이나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국내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알짜 판매자들이 알리 쪽에 대거 입점하게 되면 국내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하락하고 판매 품질도 떨어질 수 있다.

국내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우리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판매자가 K베뉴에 입점하면서 판매를 시작하면 공급받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고 질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업체가 생산할 수 있는 판매량이 정해져 있고 생산설비를 늘리는 데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사용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당장의 위협이라기보다는 미래의 확실한 위협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스업계 안팎에선 역직구 활성화가 하나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일부 이커머스 업체는 해외로 눈을 돌려 역직구 사업을 재정비하고 판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22년 대만에 진출해 로켓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쿠팡은 대만에서 국내 기업 제품을 690대만 달러 이상 제품을 구매하면 익일 대만행 첫 비행편을 통해 무료배송한다. 또 현지 로켓배송의 경우 490대만 달러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한다.

G마켓은 역직구몰인 G마켓 글로벌샵(영문샵·중문샵)을 운영하며 K뷰티, K팝스타 제품 판매로 해외 소비자들을 유입하고 있다. 지난 2월엔 몽골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에 G마켓 판매 상품을 입점시키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11번가는 지난해 말 수년 전 개설했던 ‘글로벌11번가’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재단장에 나설 구상 중에 있다.

다만 최근 알리가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까지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아마존이 국내 판매자들의 역직구 사업을 확대했었을 때도 K문화를 바탕으로 한 국내 이커머스의 전문성을 따라오진 못했다”면서도 “K베뉴 입점처럼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통해 판매자를 유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역직구 영역도 완전한 돌파구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