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청약 환불 '뭉칫돈'…재투자 기대주는

by김응태 기자
2023.10.04 06:00:00

두산로보 청약증거금 33조…올해 최대 규모
증거금 환불되자…투자자예탁금 9.6% 증가
부진한 증시에 환불금 재투자 장담 어렵지만
실적 개선 종목 투자는 기대…수출·中 소비주 주목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最大漁)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의 청약이 마무리된 후 환불된 증거금이 어디로 움직일지가 관심사다. 고금리와 고유가, 고환율까지 겹친 불안정한 거시경제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단순 수치로 32조원에 이르는 환불 금액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거시경제 악화가 지속하는 만큼 환불 금액이 증시 전반보다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수출주와 중국 소비주 등 특정 업종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의 지난달 21~22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결과 청약증거금은 약 33조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최대 규모로, 지난 7월에 상장한 필에너지(378340)의 청약증거금 16조원 대비 두 배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배정받은 주식을 제외한 수량에 대한 증거금 환불이 진행됐고, 환불 금액은 증거금 33조1093억원 가운데 배정된 주식(1263억6000만원)을 제외한 32조9829억원으로 추정된다.

청약환불금 중 대출금 상환을 제외한 자금은 증시 주변으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두산로보틱스 청약 마지막 날인 9월22일 감소세를 보였지만, 최근 다시 회복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투자자예탁금은 48조304억원을 기록했는데, 환불일인 26일에는 52조6314억원으로 9.6%(4조6010억원) 증가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지난달 22일 57조1213억원에서 26일 69조8046억원으로 22.2%(12조6833억원) 늘었다.



고금리와 강달러에서 비롯된 대외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어 환불 자금이 모두 증시 재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 대기성 자금인 만큼 투자처를 찾아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일부 업종으로 환불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분기 이익률이 커지고 있는 수출주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소비주 등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수출주 중에서는 기계주가 대표 기대 종목으로 꼽힌다. 기계주는 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와 광산 채굴 장비에 대한 견조한 수요로 매출 증가가 기대되고 있어서다. 특히 수출 시 강달러 국면에서 수혜를 볼 수 있어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원·달러 환율 상승 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가 생기고, 달러 기반 매출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중국 소비주 중에서는 화장품주가 두각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의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에 따라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주도주는 이익사이클 변화가 결정하는데 주도주의 이익사이클을 결정하는 변수는 수출”이라며 “기계와 화장품은 수출 금액이 저점을 형성하고 증가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주 등 에너지 관련 종목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 수요 회복이 기대되고 있어서다. 유가 상승 시 정유업체의 경우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재고평가이익이 늘어난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국제 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세 지속으로 정유 업황 센티먼트 개선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정제마진은 최근 중국 석유제품 수출 쿼터 발표로 단기 조정 중이나 재차 상승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