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꼬리에 달아매어 보낼까…하루 두 번 열리는 섬 제부도

by김명상 기자
2023.07.21 06:00:00

포토존 역할의 빨간 등대의 강렬함
제비꼬리길 걸으며 만나는 바다 풍경
탑재산 오르면 푸른 서해가 한눈에
예술적 향기 내뿜는 컨테이너 건물
바다 위의 하늘길, 서해랑 케이블카

제부도 등대에서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길이 1㎞의 해안산책로 ‘제비꼬리길’과 서해 전경. (사진=김명상 기자)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하루 두 번, 바닷속에 잠겨 있던 길이 열리는 신비의 섬 제부도. 물이 빠지면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약 2.3㎞의 제부모세길이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제부도는 한 바퀴 걷는데 2시간이면 충분한 작은 섬이지만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흥미로운 곳이 많아 쉴 틈이 없다.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제부도는 바다를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을 언제나 따뜻하게 품어주고 있다.

제부도라는 이름은 ‘약자를 구하고 기울어지는 자를 돕는다’는 뜻의 제약부경(濟弱扶傾)에서 따왔다. 다리가 없던 시절,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을 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서 건너던 모습에서 유래했는데 훈훈함이 느껴진다.

육지인 송교리에서 제부도로 이어지는 길은 물때에 맞춰 뚫린다. 시간이 허락해야 열리는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우선 가까운 ‘제부도항 방파제 등대’로 향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선 빨간색 등대는 강렬한 이미지로 처음 보는 이를 금세 사로잡는다. 섬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등대 뒤로 이어지는 전망대에는 벤치가 있어서 내킬 때까지 편안하게 ‘물멍’을 할 수 있다.

제부도 제비꼬리길의 영문 조형물
섬의 서쪽을 따라 해상에 조성된 ‘제비꼬리길’로 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해안산책로다. 제부도 등대에서 해수욕장 앞까지 이어지는 길은 약 1㎞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산책로를 걷고 있자니 일상의 스트레스로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곳곳에는 꽃게, 괭이갈매기, 바지락 등 지역 생물을 주제로 만든 조형물이 가득하다. 간결하면서도 단정한 설치물은 2016년 시작된 ‘제부도 문화 예술 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제부도 제비꼬리길의 ‘하늘의자’
제비꼬리길에는 ‘2017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한 새 둥지, 조개 모양과 같은 독특한 형태의 의자도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의자에 앉아 다리를 쉬게 하는 동안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마음의 묵은 때마저 벗겨주는 치유의 음악과도 같았다.

제비꼬리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 반대쪽으로 난 길을 만나게 된다. 제부도 최고봉인 탑재산으로 가는 길이다. 높이가 66.7m에 불과한데 낮다고 지나치면 후회할 수 있다. 탑재산 이곳저곳에 마련된 전망대는 쉼터이자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제일 먼저 나타나는 ‘하늘둥지’는 긴 해변이 훤히 보이는 쉼터로, 의자에 앉아 아늑하게 햇볕을 즐기는 힐링 포인트 역할도 한다.

그리 험하지 않은 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목재 전망대 ‘하늘로’가 나온다. 영어 이름은 ‘스카이워크’다. 내부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통유리 너머 바다가 보이고, 바닥을 뚫어 만든 작은 의자가 놓여 있다. 정상 인증샷을 위한 훌륭한 소품이다. 반대쪽에는 새들의 시선으로 시내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서 땀을 식히며 구경하기 좋다.

제부도의 서쪽은 전체가 해수욕장과 같다
산에서 내려와 조금만 걸으면 하얀 모래사장이 빛나는 해수욕장에 닿는다. 약 1.8㎞의 모래사장은 광활한 바다를 그리워하던 마음을 위로해 주기에 충분하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햇빛이 일렁이는 물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의 공백이 메워지는 기분이다. 신발을 벗고 모래를 밟고 걷는 이들도 꽤 보인다. 원시적이면서도 제부도의 바다 정취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잘 정비된 해안도로에는 각종 먹거리를 파는 식당과 개성 있는 카페가 많다. 조개구이, 회, 해물칼국수 등 종류가 다양하니 고르는 고민도 즐거움이 된다. 가장 ‘가성비 좋은 식당’은 편의점이다. 매장 밖에 놓인 나무 책상에 앉아 날아다니는 괭이갈매기와 찰싹이는 파도를 벗 삼아 식사하니 값비싼 바다 전망 식당이 부럽지 않았다.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제부도 아트파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임시주차장에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제부도 아트파크’가 나온다. 제부도를 디자인 건축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예술섬’으로 만들기 위한 제부도 명소화 사업의 결과물이다. 문화의 불모지였던 제부도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는 장소로 쓰이고 있다. 6개의 컨테이너를 이어 붙인 2층 구조로, 벽 일부를 제거해 어디나 바람이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층에는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2층은 제부도의 낙조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쉼터로 꾸몄다. 전시가 없을 때라도 2층 전망대로 올라가면 트렌디한 카페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원하게 여름 바다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제부도 놀이동산
아트파크 인근에는 제부도의 또 다른 명물인 ‘제부도 놀이동산’이 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회전목마, 범퍼카, 디스코팡팡, 미니기차, 트램펄린, 바이킹 등 익숙한 놀이기구가 정겨움을 더한다. 최신식 시설이 아니라 세월이 묻어나는 모습이지만 허름한 모습이 오히려 어린 시절 추억을 자극한다. 놀이동산 본연의 즐거움은 어느 일류 테마파크에 못지않다. 바이킹에 탑승한 학생들이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소리에 걸음을 멈춘 사람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감돌았다.

제부도의 자연 명물 ‘매바위’
걸음을 옮겨 섬의 남쪽으로 가면 제부도의 자연 명물 중 하나인 매바위가 나타난다. 바다에 있는 커다란 바위가 매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총 3개의 바위가 있는데 큰 것은 어미 새, 작은 것은 새끼라고 한다. 매바위도 제부도처럼 물때가 맞으면 걸어서 다가갈 수 있다. 매바위 근처에는 제부도를 영문으로 쓴 조형물이 있어서 방문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로 늘 붐빈다.

조형물 앞에 있는 광장은 연신 먹을 것을 달라며 이름처럼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보채는 괭이갈매기로 가득하다. 지나던 방문객들은 아낌없이 새우과자를 던진다. 섬의 진정한 주인은 어쩌면 괭이갈매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다.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가기 싫다면 서해랑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제부도 주요 명소인 선착장, 해안산책로, 놀이공원, 매바위광장, 갯벌민박 앞, 캠핑장 입구, 제부 승강장을 도는 버스로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탑승 비용은 무료다. 운전기사가 주요 지점에 대한 해설도 곁들이는 가이드 역할도 겸하는데 감칠맛 나는 설명으로 종종 웃음꽃이 피어난다.

순환버스의 종점은 서해랑 승강장이다. 2021년 12월에 개통한 서해랑은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다. 물때의 제약이 있는 제부도를 가장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시설로, 날 듯이 이동하는 동안 제부모세길, 누에섬, 해상풍력발전기 등을 볼 수 있다. 운행 거리가 2.12㎞에 달하는데 탑승 후 반대편 승강장 도착까지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노을 지는 바다를 지나는 서해랑 케이블카
2021년 12월에 개통한 서해랑은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다. 물때의 제약이 있는 제부도를 가장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시설로, 날 듯이 이동하는 동안 제부모세길, 누에섬, 해상풍력발전기 등을 볼 수 있다. 운행 거리가 2.12㎞에 달하는데 탑승 후 반대편 승강장 도착까지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서해랑 케이블카의 야경
노을이 진 뒤 펼쳐지는 야경도 매력적이다. 밤에는 케이블카를 떠받치는 기둥인 지주가 오색 조명으로 물든다. 프랑스의 에펠탑을 본떠 만들어 미적 감각이 풍부한 기둥과 둥둥 떠다니는 캐빈, 환히 불 밝힌 탑승장이 어우러진 야경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서해랑의 추천 탑승 시간은 연결 도로가 사라지는 밀물 때와 노을이 번지는 해질녘이다. 바닷물이 가득 찼을 때는 길을 건널 수 없기 때문에 만조 때 서해랑에 타면 하늘에서 물이 가득한 서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일몰 시간을 미리 알아두면 바다를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대자연의 환상쇼를 해상 위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