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23.04.03 06:11:00
1~2월 순매수였다가 3월 순매도 전환
은행 위기에 외국인 자금 유출 가속화
정부 당혹, ‘공매도 전면재개’ 카드 꺼내
여당도 “논의할 것”, 논쟁 불붙을 전망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는 ‘셀 코리아(Sell Korea)’ 움직임이 본격화 됐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권 위기가 번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연초부터 외국인 투자 유치에 공을 쏟았던 정부는 ‘공매도 전면 재개’ 카드를 꺼냈다. 여당에서도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어서 정치권으로도 논의가 확산할 전망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하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2일 이데일리가 한국거래소의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외국인의 1분기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코넥스 거래실적 합계)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외국인 거래대금은 917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한국 주식을 사는 것보다 팔아버린 규모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많아졌다.
올 들어 한국 주식을 팔아버리는 외국인의 거래대금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월에는 외국인이 57조9812억원을 사고 51조4317억원을 팔면서 순매수액이 6조5495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2월에는 순매수액이 1조59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3월에는 9000억원 넘는 외국인 순매도로 전환됐다.
이는 1분기에 불거진 글로벌 은행 위기 공포 여파다. SVB 파산,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합병(M&A), 도이체방크(DB) 위기까지 번진 상황이다. 황승택 하나은행 리서치센터장은 “SVB 파산 이후 시장의 투자 심리가 악화됐고, 외국인의 자금 유출도 늘어났다”며 “이대로 박스권 장세가 이어져 증시 상승이 당분간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을 잇따라 발표한 정부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방안’,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우려는 되레 확대됐다. 이대로 가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지수 편입도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커졌다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되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재개’ 가능성을 잇따라 내비쳤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 리스크가 우려되자 지난 2020년 3월16일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듬해인 2021년 5월3일부터는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 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이후 현재까지 2000개 넘는 종목에 공매도 금지가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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