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큰손 농협 대출중단…금리마저 오르나
by장순원 기자
2021.08.21 08:26:16
[주말의 머니플래닛]농협發 주택대출중단 후폭풍
[이데일리 장순원 신수정 기자] “10월 잔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이 막히면 어떡하죠.”
중도금과 잔금을 비롯한 집단대출의 큰손 역할을 하던 NH농협은행과 지역 단위농협이 신규대출을 중단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출 공급이 줄면서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11월까지 주택관련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전세대출, 단체승인대출(집단대출) 신규취급도 하지 않기로 했다. 농협중앙회 소속 지역 단위농협도 다음 주부터 집단대출 신규 승인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계열의 대출중단 조처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급격히 올라가자 금융당국이 대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의 7월말 주담대 잔액은 지난 연말대비 7조원 가까이 늘었다. 불과 반년 사이 증가율이 8.3%을 기록, 금융당국이 정한 올해 대출목표 상한선인 6%를 훌쩍 넘긴 것이다.
특히 농협은행은 올 들어 집단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지난달 말 기준 집단대출 잔액은 약 34조원으로 올 들어 3조3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집단대출이 약 4조4000억원 늘었는데, 대부분은 농협에서 증가한 것이다. KB국민, 신한, 우리은행의 집단대출은 전년대비 감소했다.
단위 농협 역시 올해 1~7월 가계대출이 10조1900억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부동산 관련대출로 알려졌다. 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졌을 때 일부 지역농협 대출이 부동산 투기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장 예비 주택구매자나 실수요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협의 대출 중단 여파가 다른 은행권으로 확산할 수 있어서다. 실제 농협에 이어 우리·SC제일은행까지 전세대출과 일부 주담대를 중단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대출규제 고삐를 더 죄면 다른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유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농협 은행 말고 다른 은행도 규제하는 것 아니냐”, “원래 빌리기로 했던 규모보다 적게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는 분위기다.
건설업체와 분양업계도 농협에서 시작한 대출 중단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최근 집값이 오르면 분양 주택의 경우 대부분 금융권의 중도금이나 잔금 집단대출을 활용한다. NH농협과 지역농협은 수도권 외곽지역이나 지방을 중심으로 집단대출을 많이 취급했는데, 대출이 중단되면 실수요자들의 자금조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농협이 발을 뺀다고 해서 다른 은행도 많아 중도금이나 잔금 대출이 자체가 막힐 것 같진 않다”면서도 “공격적으로 움직였던 농협이 빠진다면 대출 금리가 오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중소형 건설사는 은행권의 집단대출 끌어오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총량 규제를 통해 규제를 이어간다면 실수요자들의 구매 여력을 뺏는 것과 다름없어 시중은행의 위험성은 연체율 관리를 통해 해야한다”며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주택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를 지원할만한 대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