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에 매수세 꺾인 빌라…민간재개발 추진지·경매선 수요 여전

by김나리 기자
2021.03.08 06:00:00

2월 빌라거래량, 1월 대비 반토막…가격 상승폭도 줄어
현금청산 우려 때문…다만 청산 위험성 적은 곳에선 인기전문가들 “당장 거래 늘긴 쉽지 않아…당분간 유의해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대 빌라 및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사진=뉴스1)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2·4대책에 따른 현금청산 우려로 빌라 매수세가 꺾이고 있다. 2월 5일부터 매입한 주택이 공공 주도로 개발될 경우 현금청산을 당하게 되는데, 정부가 사업지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다만 민간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구역과 경매 시장을 중심으로는 빌라 수요가 여전한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일 기준 올해 2월 빌라 거래량은 3083건으로 집계됐다. 5845건이었던 1월 거래량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서울 빌라 거래량이 줄어든 것은 정부의 2·4대책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월 5일부터 매수한 주택이 추후 공공 주도 개발 지역에 포함될 경우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하기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발사업지 미공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빌라 거래가 쪼그라들었다.

빌라 가격도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다세대 주택을 포함한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41%에서 0.29%로 하락했다. 2·4대책 발표 전인 1월에는 한국부동산원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2월에는 폭을 낮춘 셈이다. 이 조사는 1월 12일부터 2월 15일까지 변동률을 집계한 것으로,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에 따른 시장의 초기 반응이 반영됐다.

정부가 이달 공공 주도 개발 사업을 우선 추진할 일부 후보지를 공개하기로 했지만, 앞으로도 빌라 매수세가 살아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정부가 2·4대책으로 발표한 사업 중에서 역세권·저층주거지·준공업지역 내 빌라 등을 포함하는 공공주택 복합 사업은 앞으로 3년간 한시적 적용이고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은 무기한 적용이기 때문에 당장 빌라 거래가 늘어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개발 구역으로 발표된 곳의 거래만 더 얼어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민간 재개발에 속도를 내는 구역들을 중심으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공 직접 시행 개발의 경우 2월 5일부터 매입한 주택은 현금청산되지만, 그러려면 주민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 재개발 노선이 확실한 구역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A 공인중개사는 “공공 직접 시행 개발을 하더라도 주민들 동의를 받아야 해 민간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구역은 현금청산 걱정을 안해도 된다”며 “용산구 내 민간 재개발 추진 구역은 수요자가 여전히 많아 물건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B 공인중개사도 “민간 재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들을 정부가 강제로 공공 직접 시행 개발로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며 “마천3·4구역 등 민간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들은 매물이 더 귀해지면서 가격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선 오히려 빌라 인기가 전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 경매시장에서 서울 빌라 평균 낙찰가율은 93.1%로 전월(85.1%) 대비 8%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16년 7월 기록한 93.2%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경매를 통하면 빌라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청산을 당하더라도 손해가 덜하거나 이익이 남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빌라 거래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구체적인 조건들이 다 나오진 않았지만, 공공주도 복합개발사업에 해당하는 역세권 개발 사업만 해도 일단 웬만한 곳들은 사정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며 “대체로 지금 빌라를 매입하는 사람들은 2·4대책에 대해 잘 모르거나 ‘설마 되겠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업 강행을 예고한 만큼 현금청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선 민간 재개발 추진 여부 등 빌라 입지를 꼼꼼하게 따져 매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민간 재개발을 추진한다던 구역이라도 조합에서 갑자기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으로 바꿔버린다면 대책 발표 이후 매수자는 언제든 현금청산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