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女에게 마약 투약하고 성폭행한 40대 중형 선고

by이종일 기자
2020.07.06 05:30:00

법원, 강간 등 혐의 40대에게 징역 7년 선고
간질 증세 있는 여성 청소년에게 마약 투약
"만병통치약이라면서 주사 맞자고 해"
마약 맞고 정신 잃은 상태서 성폭행까지

인천지법 전경.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가출한 여성 청소년에게 마약을 투약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재판장 고은설)는 강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31일 오전 4시께부터 8월1일 오후 3시께까지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집에서 자신과 B양(16·여)에게 마약을 투약하고 정신을 잃은 B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해 9월11일 자신의 집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도 있다.

우울증·간질 증세가 있던 B양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지난해 7월28일 충남 집에서 가출했다. B양은 7월31일 새벽 서울에서 채팅을 통해 만난 C씨의 소개로 함께 인천 A씨 집에 갔다. C씨는 오전 6시께 A씨의 집에서 나왔다. A씨는 집에 와서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깬 B양에게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법정에서 “30만원을 주기로 합의하고 B양과 성관계를 했다”며 “B양에게 마약을 투약한 적이 없었고 성관계 때 B양은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B양과의 성관계에 대해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B양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잠시 졸다가 깼는데 A씨가 어디 아프냐고 물어서 우울증, 간질이 있다고 말했다”며 “A씨는 주사를 맞자고 하면서 이게 만병통치약이다, 인슐린 같은 것이다고 했고 싫다고 했지만 A씨가 계속 맞자고 해 팔에 주사를 맞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10차례 넘게 구토를 했고 A씨가 성관계를 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며 “계속 구토를 하다가 기절했고 한참 뒤 깨보니 나와 A씨가 팬티를 제외한 옷을 벗고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B양은 “잠에서 깬 뒤 계속 구토를 하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고 다시 깬 뒤 구토를 하니 A씨가 머리를 안 아프게 하려면 연기를 마셔야 한다면서 하얀 가루를 라이터로 가열해 연기를 마시게 했다”며 “집에서 나올 때는 A씨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라면서 30만원을 줬지만 돈을 받고 성관계를 하기로 한 적이 없고 성관계에 동의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B양은 주사를 맞고 연기를 마신 것이 마약인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B양은 A씨의 집에서 나온 뒤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었고 편의점에 들렀다가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B양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A씨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진술했다. 재판부는 B양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30만원을 준 것은 성매매 비용이 아니라 B양과 계속 지내기 위한 의도로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 범행은 어린 나이의 피해자에게 마약을 투약해 정신을 잃게 하고 성폭행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