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가 없다]유럽서 부는 '30대 기수론' 우연이 아니다

by임현영 기자
2018.11.06 05:00:00

86년생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 당선
마크롱 트뤼도 등 3040 리더 '트렌드'
대부분 10대에 정당가입..탄탄한 기초다져

오스트리아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작년 한해동안 유럽 사회는 30대 총리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아일랜드 총리로 선출된 1979년생 버라드커 총리와 오스트리아 총리로 선출된 1986년생 쿠르츠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쿠르츠 총리는 31살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국가지도자’라는 영예를 안으며 국제사회의 주목받았다.

젊은 정치인으로 주목받는 이들의 이력은 결코 어리지 않다. 대부분 10대부터 정당활동을 하며 내공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쿠르츠 총리도 10대 때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17세인 2003년 국민당 청년당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후 24살 빈 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27살에는 EU 외교부장관으로 입각했으며 29살 최고득표자로 의원에 당선됐다. 국민당 대표로 올라선 후 3위에 머물던 당 지지율을 순식간에 1위로 끌어올렸다. 중도우파인 국민당의 안정적 이미지에 반(反) 이민 정서를 활용해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버라드커 총리도 청소년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해왔다. 당 청년조직에서 경력을 쌓은 뒤 28살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당 대변인과 보건복지부 장관·사회보호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이 경력을 바탕으로 인도계 이민자·동성애자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작년 6월 아일랜드 최연소 총리로 선택받았다. 그 외에도 2016년 4월 우크라이나에서 당선된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총리(39), 11월 임명된 위리 라타스 에스토니아 총리(39) 등도 대표적인 ‘30대 리더’로 꼽힌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역시 2014년 당선 당시 나이가 39세였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43),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48),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45) 등도 40대 젊은 지도자로 꼽힌다. 유럽 밖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43세의 나이에 지도자 자리에 올라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대표적이다. 뉴질랜드 아던 총리도 37세로 총리에 당선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한국은 국가지도자는 아예 없고 청년 정치인도 그리 많지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되지만, 우선적으로 청년 리더 양성에 소극적인 한국 정치의 현실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기존 정당들은 대부분 ‘청년위원회’ 조직을 두고 있으나 여전히 ‘홍보수단’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청년 몫으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재선에 실패하고 만다. 의원실 인턴의 경우 허드렛일같은 단순 업무를 맡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당법에 의거해 청소년들의 정치참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해외 젊은 정치인의 부상을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탄탄히 기초를 쌓아온 정당정치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10대 시절부터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하며 정당 내 기반을 다졌다. ‘30대 기수론’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외국은 청소년부터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다수의 청년 정치인을 길러낸다”며 “반면 한국은 소선거구·지역구 위주 정치 문화 탓에 청년 정치인이 원내로 진입하기 대단히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