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지방 큰손’ 제주는 ‘왕서방’이 부동산값 올렸다

by정병묵 기자
2018.01.23 05:30:00

강남3구 외지인 주택거래비중 21.5%
7년來 최대… 집값 뛰면서 몰려들어
제주도 외국인 상가거래 비중 9.6%
1분기만에 2배↑… 중국인 매매 늘어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울산에 사는 박모(58)씨는 지난해 11월 임대수익용으로 사용하고 있던 울산 오피스텔을 판 뒤 들고 있던 현금을 보태 서울 서초구에 있는 전용면적 65㎡짜리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이 들어가 살게 할 계획이다. 박씨는 “강남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 같아서 투자 목적으로 샀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은 서울에 살고 있지 않은 외지인이, 제주 집값은 외국인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큰 손’들이 강남으로 몰려들면서 강남 집값을 끌어올랐다는 것이다. 또 중국 관광객들이 다시 늘면서 제주 내 외국인 부동산 거래도 활기를 띠었다.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외지인 주택 매매거래 비중은 21.5%로 집계됐다. 2010년 20.8%를 기록한 이래 7년 만에 외지인 주택 매매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의 외지인 매매 비율은 19.3%, 강북 전체는 18.2%였다.

‘외지인’이란 주택 취득자의 주소지가 서울을 제외한 전국 전역인 경우를 가리킨다. 감정원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매수세가 강남으로 많이 유입됐는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전통적으로 강남 부동산을 많이 매입하는 경기권 거주자 외에도 지방 거주자도 예년보다 강남 아파트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울산과 경북 등 소득 수준이 높으면서도 작년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역에서 강남 아파트 매입에 나선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정원에 따르면 박씨가 거주하는 울산의 경우 지난 한해 아파트 매맷값이 2.3% 하락했다. 지난해 이 지역 아파트값은 상반기(0.7%)보다 하반기(1.6%)의 하락률이 더 컸다.



강남3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외지인 주택 매매 비중 18%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전년 대비 무려 3%포인트 가까이 비율이 뛴 것이다.

월별로 살펴 보면, 작년 1월 20.8%를 시작으로 9월까지 비율이 서서히 증가했다. 10월에는 22.0%을 찍더니 10월에는 24.1%로 연중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 집값이 더욱 오르는 가운데 경기권과 지방의 매수세가 강남으로 많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 부동산시장에서는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제주 내 외국인의 상가 거래 비중은 9.6%로 전분기(4.8%)보다 두 배나 뛰었다. 23.7%를 기록한 2016년 1분기 이래 최고치다.

제주는 전통적으로 전국에서 외국인 부동산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제주의 외국인 보유 토지는 2114만㎡이며, 이 중 중국인 보유 토지가 940만㎡으로 전체 절반에 이른다. 그러나 작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그 여파로 외국인 상가 거래도 줄어들었다. 작년 4분기부터 한중 관계가 해결 국면에 들어가자 거래가 다시 반등하고 있는 양상이다. 제주 서귀포시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중국의 금한령 해제에 따라 중국인 상가 매입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제주지역의 경우 외교적인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상가 외에 외국인의 토지 거래도 증가 추세인 점을 볼 때 중국 쪽 돈이 더욱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