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장난감도 병원 있어요"…나눠쓰고 빌려쓰고 고쳐쓴다

by김보영 기자
2017.11.02 05:30:08

작은육아 4부 ''키즈카페부터 유아사교육까지''
장난감도서관 활용해 빌려쓰기기
공동육아나눔터 활용해 나눠쓰기
고장나면 고쳐쓰기…무료 재능기부 장난감병원도

(왼쪽부터)지난 24일 경기 고양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방문해 무료 장난감 수리 및 나눔 행사를 가진 뒤 기념촬영 중인 키니스 장난감 병원 관계자들, 울산에서 1인 무료 장난감병원을 운영 중인 이치수(39) 수야뿡뿡 장난감병원장이 그의 아들과 ‘브이(V)’ 포즈를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키니스장난감 병원 홈페이지, 수야뿡뿡 장난감병원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아이들의 장난감 취향과 납득하기 힘든 비싼 가격, 쉽게 망가지고 수리는 힘든 부실한 A/S는 모든 부모들의 고민거리다. 그러나 주변을 잘 둘러보면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아이들의 장난감을 나눠쓰고, 빌려쓰고, 고쳐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특히 개인의 재능기부로 운영하는 장난감병원에서는 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방치한 장난감도 깜쪽같이 고쳐 아이들에게 미소를 찾아준다.

인천 남구에 위치한 키니스장난감병원에서는 매일 수십, 수백개의 진료 의뢰 택배들이 배달되고 있다. (사진=키니스장난감병원 홈페이지)
망가진 장난감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장난감 병원들이 있다. 인천 남구에 위치한 ‘키니스장난감병원’과 울산의 ‘수야뿡뿡장난감병원’은 전국에 두 곳 뿐인 재능기부 장난감 병원이다.

공학자였던 김종일(70)씨는 2011년 은퇴 후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살려 사회에 공헌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모든 아이들이 빈부 걱정 없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겠다며 키니스장난감병원을 설립했다. 키니스(kinis)란 어린이를 의미하는 ‘키즈(kids)’와 노인을 뜻하는 ‘실버(silver)’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실제로 김씨를 비롯해 이곳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모두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키니스장난감병원은 무료로 장난감을 고쳐주는 것은 물론 고장 난 장난감들을 기부 받아 수리한 뒤 저소득층 가정과 장애인 시설에 전달한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장난감 진료 접수를 받아 택배로 2주 내에 장난감을 고쳐 돌려보낸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3만여개의 장난감이 이들의 손에서 재탄생했으며, 매년 이용객수가 늘어 지난해에는 수리한 장난감이 1만개를 넘었다.

수야뿡뿡장난감병원은 휴대폰 수리업체에서 15년을 일하다 퇴직한 이치수(39)씨가 지난 7월 문을 연 ‘1인 재능기부 장난감병원’이다.

장난감 수리는 이씨의 자택에서 이루어진다. 온라인으로 장난감 진료 예약을 접수한 뒤 해당 날짜에 직접 방문해 장난감을 맡기는 방식이다. 장난감 수리 시간은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정도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 몇몇이 방문하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입소문이 나면서서울, 경기 등 타 지역에서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현재는 한 달에만 약 100건 이상의 진료 의뢰가 들어온단다.

두 병원 모두 재능기부와 후원에만 의존해 재정적, 운영상의 어려움이 크다. 김종일씨는 “매년 장난감병원을 찾는 고객들은 늘어나는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업무량이 감당이 안 될 때가 많다”며 “봉사자들을 더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씨 역시 “혼자 운영하는 병원이다 보니 업무량에 한계가 있고 후원에 의존하는 터라 장난감 부품과 각종 장비들을 구입하며 드는 재정적 부담도 만만찮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은 수리가 끝난 장난감을 받아든 사람들이 보여준 미소와 끊임없는 응원이다.

이씨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장난감 수리비를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고 고가를 주고 구입해도 수리할 곳이 없는 장난감들도 적지 않다”며 “운영이 힘에 부칠 때가 많지만 고객들의 응원과 감사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장난감병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녹색장난감도서관. (사진=녹색장난감도서관)
알뜰한 부모들은 장난감은 지방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한 장난감 도서관이나 공동육아나눔터를 방문해 나눠쓰고 빌려 쓰는 게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가 2001년 9월 설립해 17년째 운영 중인 녹색장난감 도서관(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이 대표적이다.

녹색장난감 도서관에서는 1년에 1만원의 연회비만 내면 소꿉놀이세트부터 블록 장난감 등 최신 유행 장난감 5000여점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자녀가 만 72개월 이하(장애아동은 만 12세 이하)인 서울 거주 주민이나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이라면 모두 이용 가능하다. 현재 이용회원은 1700명, 월 평균 누적 방문객 수는 3000여명 정도다.

준회원(신규가입회원)은 1회에 장난감 2점과 도서 2권을 열흘 간 대여할 수 있으며, 준회원이 6회 이상 장난감을 연체 및 파손 없이 이용했을 시에는 정회원으로 승격된다. 정회원은 1회 장난감 3점과 도서 3권을 2주간 대여할 수 있다.

또 자유놀이실과 부모상담실, 쉼터, 수유실까지 갖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30분(매주 월요일, 일요일, 공휴일 휴관)까지이며,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연다.

녹색장난감도서관 관계자는 “영유아를 양육하는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발달 속도가 빨라 많은 장난감 및 도서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련한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자 설립했다”며 “이밖에 다른 전국의 장난감도서관들에서도 운영 관련 노하우에 대한 문의가 많아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육아지원센터를 구축해 장난감·도서 대여 서비스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회원가입비 1만원만 내면 유모차와 미끄럼틀 등 장난감을 14일까지 무료로 빌릴 수 있다. 강동구청은 회원가입비용 없이 장난감 원가의 10% 수준에서 대여로를 받고 육아용품을 빌려준다. 강동구 주민은 50% 추가 할인 혜택이 적용돼 2000원 이내에서 유모차나 장난감 등을 2주간 빌릴 수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2011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지원해 운영 중인 공동육아나눔터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며 장난감 등 육아물품을 나누고 육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이다. 현재 전국에 149개소가 있다. 이곳에서는 보행기, 유모차, 장난감 등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고 학습품앗이, 놀이품앗이까지 할 수 있다. 연간 이용객수는 2012년 14만 6828명에서 지난해 51만 3312명으로 349.6%나 증가했다. 이용자 만족도 역시 93.6%로 매우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