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로 쌓은 성, 테슬라]②아이언맨의 눈은 미래에 있다

by안승찬 기자
2017.10.20 06:00:00

머스크 CEO 위기 때마다 미래 비전 제시
열광적인 반응 뒤엔 “현실 가린다” 지적도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머스크는 잘 생긴 외모와 천재적인 공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이데일리DB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그는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 프로젝트를 발표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영화 속 아이언맨의 쇼맨십을 닮았다.

지난달 머스크는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BFR‘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BFR은 ‘Big Falcon Rocket(커다른 팔콘 우주선)’의 줄임말이다. 큰 우주선을 만들어 지구 내에서도 우주선을 비행기처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화성도 가려고 하는데 지구는 왜 안 되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우주선을 이용해 지구 상의 어디든 1시간 안에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머스크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사람들이 뉴욕의 허드슨 강의 우주선에 탑승하자, 30여분 만에 태평양을 건너 중국 상하이 황푸 강 발사대에 착륙한다. 비행기로 15시간 걸리는 뉴욕과 상하이를 우주선으로 30분 만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발사한 우주선 로켓을 재사용하기 위해 발사대나 특정 장소에 착지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기술이 안정화되고 우주선의 캡슐을 키우면 우주선도 여객기처럼 특정 장소에 착지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머스크 CEO의 설명이다.



머스크가 캘리포니아에 비밀리에 설립한 뉴럴링크라는 회사는 더 흥미롭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회사다. 뇌에 반도체를 심어 뇌가 활동할 때마다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컴퓨터에 전송하고, 반대로 컴퓨터의 데이터도 뇌로 전달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인간의 기억을 무한대로 저장할 수 있고, 뇌에 새로운 정보를 다운로드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머스크가 내놓은 미래 구상에 사람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낸다. 머스크가 인류를 구원할 새로운 교통 시스템과 청정 에너지를 만들 것이란 선구자의 이미자가 형성된다. 하지만 머스크가 말하는 미래 프로젝트는 현실을 가리는 역할도 한다. 악재가 튀어나올 때마다 머스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개해 사람들을 현재의 그림자가 아닌 미래의 환상을 보도록 유도한다.

테슬라가 적자투성이인 솔라시티 인수한 이후 테슬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머스크는 10년간의 첫 번째 마스터 플랜을 다 이뤄냈다며 ‘마스터 플랜 파트 2’를 전격 공개했다. 고급 전기차에서 시작해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는데 성공했으니, 이제는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해 사람들이 애플리케이션 조작만으로도 차를 타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는 트럭과 버스도 전기차로 출시하겠다고 했다. 우주선을 비행기처럼 교통수단으로 활용한다는 ‘BFR 프로젝트’ 역시 공교롭게도 테슬라의 ‘모델3’의 생산이 극도로 부진한 것으로 발표된 이후 나왔다.

머스크는 지금의 적자와 어려움은 미래의 성취를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머스크는 현재를 보지 않고 미래를 본다. 하지만 메릴린치의 존 발로 애널리스트는 “머스크는 장기적인 목표를 발표함으로써 부정적인 뉴스와 취약한 재무적 상태를 상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불안한 재무상태와 앞으로 닥칠 테슬라의 현금 고갈 가능성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전략은 언젠가 빛을 잃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