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전쟁]②美대학생까지 `입도선매`..해외 연구소 통째 인수도

by이재운 기자
2017.08.11 05:25:27

'AI=미래 먹거리' 판단, 영입 적극
삼성, IBM·구글 출신 스카우트
LG전자는 하만 근무 인재 영입

[이데일리 이재운 경계영 신정은 기자] “인공지능(AI)은 이전에는 IT 분야의 전문성만 필요했지만, 이제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피’와 같은 역할이다. 기존 시스템에 AI를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 지를 공부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며 활동 중인 헤드헌터 김성수 HR캡 대표는 AI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이미 5년 전부터 인기있었고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IT 기업을 넘어 이제 금융,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의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온통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와 관련된 IT 개발 업무와 기획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국내에서 모두 수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해외 인재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한 IT 업체에서 근무하다 최근 억대 연봉을 보장 받고 이직을 결정한 한 구직자는 “현재 관련 인력난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부르는게 값’이 됐다”며 “‘설마 이 연봉을 진짜로 줄까’ 생각하며 부른 금액에도 긍정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수요는 제한돼있고 공급이 적어서 미국의 상위 20대 공대에서 AI나 빅데이터 관련 전공 출신의 연봉은 20만달러(약 2억2700만원)가 넘는다”고 밝혔다.

주요 대기업들은 IBM, 구글, 삼성 등 주요 기업 출신의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에서 스마트TV에 음성인식 비서 기능 ‘빅스비’를 접목하는 등 TV에 AI를 융합하기 위한 ‘AI랩’을 만들어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사업부에는 이미 구글 출신의 이원진 부사장이 몸담고 있는데, 그는 지난해부터는 스마트TV포럼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또 최근에는 IoT와 AI를 담당하는 임시조직인 ‘스마트가전 TF’를 ‘스마트가전&홈IoT 파트’로 개편하고, IBM 출신의 구성기 상무에게 조직 총괄을 맡겼다.

LG전자(066570)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 조직 내 인텔리전스연구소를 개편해 인공지능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하만 등에서 전자·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개발 역량을 입증했던 박일평 부사장을 최근 영입해 CTO부문 소프트웨어센터장을 맡겼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분야를 책임질 인물로 판단하고 영입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은 올해 2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신설하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자율주행차 선행 및 양산화 개발을 초기부터 주도했던 이진우 박사를 센터장(상무)으로 영입했다. 이 센터장은 2001년부터 미국 코넬대에서 연구교수로 자율주행과 로봇연구 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에는 GM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담당하며 전 세계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로 평가된다.

네이버(035420)는 아예 해외 R&D센터를 통째로 인수했다. 프랑스에 소재한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XRCE)’을 확보하며 핵심인력을 수급했다. 당시 XRCE 사원평의회는 인수 후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네이버가 가장 우리와 시너지를 잘 낼 수 있는 후보’라며 가장 높은 평가를 매겼는데, 이를 위해 네이버 경영진과 네이버랩스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진 삼성전자 부사장(왼쪽부터), 이진우 현대자동차 상무, 이호수 SK텔레콤 사장, 박일평 LG전자 부사장.
포스코(005490)는 철강 등 주요 생산품 공정에 AI를 적용하는 스마트팩토리를 강조하며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에 나섰다. 포항공과대학(POSTECH)과 협약을 맺고 사내 AI 전문가 양성을 진행하고, 그룹 내 전 관계사로 ‘스마트화(化)’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017670)도 서울대와 손 잡고 산학협력을 통해 AI 전문가를 직접 양성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의 AI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와 SK주식회사 C&C가 국내 파트너 역할을 맡은 IBM AI ‘왓슨’의 국내 브랜드 ‘에이브릴(Abril)’에 연계된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내부에서는 지난 3월 ‘AI사업단’ 조직을 신설하고 이상호 SK(034730)플래닛 CTO에게 단장을 맡겼다. 또 SK(034730)주식회사 C&C에서 솔루션 사업을 이끌던 삼성전자 출신의 이호수 사장이 ICT기술총괄 역할을 맡으며 AI 관련 연구개발(R&D)에 참여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은행권이 챗봇 등을 통한 고객 응대를, 증권사는 로봇이 종목 추천이나 시장분석을 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중심으로 사업이 확산되며 관련 인력 확보에 나섰다. 특히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인력 수요가 높다. 최근에는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금융산업과 IT간 융복합에 대한 전문 연구원을 채용하고 있는데, 데이터 분석에 대한 경험과 역량에 대한 우대를 밝혔다. 우리은행(000030) 등 은행권의 공고에서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파이썬 개발, 데이터 분석 능력 보유자에 대한 부분이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빨리 인재 양성에 대한 사회적인 투자를 통해 AI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우수한 교수진 확보와 함께 배출한 인력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 소재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XRCE) 전경. 이곳은 지난 6월 네이버가 인수해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이름을 바꾼 후 기존에 네이버가 진행하던 인공지능 R&D 작업과 연계한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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