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17.02.07 05:00:00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 최근 서울의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내려간 날 40대 남성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진료실을 찾았다. 부인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새벽에 산에 간 남편이 차가운 바위에 10분정도 앉았다 일어난 다음에 항문에 밤톨만한 혹이 생겨서 집에 왔는데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데리고 왔다고 한다. 진찰을 해보니 ‘혈전성 치핵’이었다.
혈전성 치핵은 겨울에 잘 발생하고 특히 추운 날씨에 차가운 곳에 장시간 항문이 노출되면 혈액순환 장애로 발생한다. 그래서 요즘 같은 한파에 혈전성 치핵 환자가 급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치핵 역시 혈관질환이기 때문에 뇌경색 혹은 심근경색 등 혈관질환의 발병률이 겨울철에 높은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흔히들 말하는 치질은 대표적으로 치핵과 치열, 치루로 분류된다. 이 중 치핵은 항문 주위의 혈관조직이 돌출되거나, 출혈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전체 치질의 약 80%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치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왜 겨울에 치핵이 잘 발생하는 걸까?
이는 주변의 차가운 공기가 항문주의 피부와 근육을 수축시키면서 항문 혈액순환이 더뎌지게 되고 혈관 압력이 상승해 항문 모세혈관에 피가 몰리면서 출혈이나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점점 거세지는 한파에 치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름진 식사나 과음을 피하고, 섬유질을 풍부하게 섭취해야 하며, 특히 겨울철에는 차가운 장소나 딱딱한 의자를 피하고 방석 등을 이용해 항문 주위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혈전성 치핵 치료의 방법으로는 혹이 콩만한 경우에는 따뜻한 물을 이용해서 좌욕을 자주 해야 하는데 편안한 자세로 5~10분 정도 엉덩이를 푹 담그고 앉는 것과 약물치료로 호전되지만, 혹이 밤톨만하게 큰 경우에는 절제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꼭 겨울철이 아니더라도 치핵이 발생할 수 있는데, 배변시 오랫동안 세게 힘주는 것은 항문조직에 피가 몰리고 조직의 탄력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대변이 마려운 느낌이 오면 가급적 빨리 화장실에 가는 배변습관을 가지는 것도 치핵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