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다시 유로존으로…伊 블랙스완 될까
by이명철 기자
2016.12.04 09:03:00
4일 투표, 개헌 반대 우세로 亞증시 악재 우려
달러 강세 촉발, 은행 연쇄 부실 등 불안 상존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를 계기로 국내 증시의 관심은 유로존에 쏠릴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거대 이슈에 가려졌던 유럽발(發) 불확실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에 열릴 유럽연합(EU)과 유럽 주요국 통화정책회의 등 다양한 변동성 요인들도 도사리고 있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주(11월28일~12월2일) 코스피지수는 전주대비 0.2%(3.85포인트) 하락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삼성전자(005930)가 연일 상승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나흘간 랠리를 이어갔지만 2일 하락 전환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4일(현지시간) 열리는 이탈리아 투표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실제 그동안 미국 대선 때문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6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흔들렸던 유로존은 이탈리아 투표를 시작으로 다시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상원의원을 315명에서 100명으로 축소하고 상원 권한을 줄이는 개헌안을 마련, 국민투표를 제시했다. 아시아 증시에는 출구조사와 최종 투표결과가 알려지는 5일부터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부결 시 사임의 뜻을 나타내며 배수진을 친 렌치 총리의 기대와는 달리 당초 개정안에 찬성하던 여론이 반대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투표에서 개헌이 부결될 경우 이탈리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렌치 총리가 사임하게 되면 내년초 조기 총선이 열리게 되는데 EU 탈퇴를 주창하는 정당(오성운동)이 승리할 때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되면 부실한 이탈리아 은행들의 자본 확충 차질로 연쇄 도산과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로의 확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 정치·경제 불안은 유로화 약세를 야기해 결국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 확대는 부실 은행권 자구책 마련과 자산 건전화 조치를 근본적으로 제약할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라며 “유로화 약세를 경유해 추가 달러 강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국내증시의 명백한 부정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8일 유럽중앙은행(ECB)을 시작으로 각국 통화정책회의가 시작된다. 이탈리아 투표 이후인데다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어서 정책 방향에 관심이 높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투표와 은행 부실 이슈에 따른 유로화 추가 약세 여부를 제외해도 각국 통화정책 다이버전스로 달러의 소폭 추가 강세를 보여 지수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나마 OPEC 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상승과 G2의 경기지표 호조는 기대할 만한 요소다. OPEC의 결정이 내년 초까지는 유가 모멘텀이어서 국내 증시 관련 종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 11월 제조업지수는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고용지표 역시 증가세가 예상된다. 중국 또한 제조업과 수출입 지표가 나아지는 추세다.
8일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뒀지만 선물시장 통계를 보면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하락에도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비차익거래를 통해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통상 12월 만기일 후 15일께 매수 우위를 보이고 12월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전에 숏커버링 움직임이 나오며 수급이 일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