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株도 옥석 가릴때…"소재·장비보단 부품업체"

by김용갑 기자
2016.06.03 07:01:30

전세계 전기차 판매, 매년 41.4% 성장
폭스바겐사태-각국 보조금에 성장 탄력
“소재·장비업체, 中규제에 한계..부품업체도 좋아"



[이데일리 김용갑 기자] 전기차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디젤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사태와 강화되는 환경 규제 등으로 전기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전기차 관련 수혜주를 찾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동차 소재·장비 업체보다 부품업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재·장비 업체의 경우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관련 규제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41.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5만대가 판매된 전기차는 올해 74만대, 2017년 110만대, 2018년 158만대, 2019년 210만대, 2020년 253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수요 증가에 불을 댕긴 것은 폭스바겐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사태다. 지난해 폭스바겐은 디젤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실제보다 적은 것처럼 조작해 파문을 일으켰다. 권명준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차가 지고 전기차가 뜨는 현상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발맞춰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전기차 수요를 이끌고 있다. 지난 4월 독일 정부는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중국도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도입으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르면 2018년부터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특허를 무료로 개방한 것도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엘런 머스크 테슬라 대표는 2014년 12월 테슬라가 보유한 특허권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테슬라 특허를 바탕으로 전기차를 생산하면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승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허를 막아놓은 반면 테슬라는 전기차 특허를 공개했다”며 “이 영향으로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하이브리드차 시장 성장률보다 2배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소재·장비업체보다 부품업체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중국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올초 한국 업체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전기버스용 배터리에 주던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에는 자신들이 내건 조건을 충족하는 ‘배터리 사업자’로 등록한 업체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권명준 연구원은 “중국이 자국의 2차 전지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추가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따라서 2차 전지를 주력으로 하는 소재와 장비업체보다 부품업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 연구원은 현재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향후 글로벌 업체에도 납품할 수 있는 부품업체로 만도(204320), 한온시스템(018880), 우리산업(215360), 피엔티(137400)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