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선 이들의 이야기…연극 '사라지다' 앙코르

by이윤정 기자
2015.12.13 06:25:16

극단 고래 앙코르 공연
삶·죽음, 정상·비정상 등 경계 이야기
"여자 이야기 중심…결국 ''사람''에 대한 것"
12월 27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

연극 ‘사라지다’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 아파트에 모인 네 명의 여자들. 이날은 죽은 친구인 윤주의 제삿날이다. 영화를 보며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윤주의 이모이자 트랜스젠더인 말복이 나타나 잔소리를 해댄다. “연말에 다 큰 처녀들이 단체로 청승이다!” 우리네 주변 이야기같은 일상적인 모습이 반복되는 와중에 차마 말하지 못한 이들의 상처가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극단 고래의 ‘사라지다’가 오는 27일까지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한다. 2012년 초연한 작품으로 극단 고래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이해성과 ‘인디아 블로그’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의 박선희 협력연출이 의기투합했다. 2010년 창단한 극단 고래는 창단작 ‘빨간 시’를 시작으로 ‘불량청년’ 등을 공연했고, 특히 ‘빨간시’로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희곡상·연기상을 받은 바 있다.



이 연출은 “토지문화관의 고요한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자연을 독대하면서 집필했다”며 “스스로의 경험과 아픔, 치열한 자아성찰을 담았다”고 말했다. 박 연출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며 “슬픔을 연극적인 언어로 보여주면서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끄집어내려했다”고 설명했다.

사회가 정해놓은 경계와 이를 넘어서는 시도를 보여주고자 했다. 등장 인물들은 사회가 만들어낸 경계에 서 있거나 이를 넘어선 이들이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은 트렌스젠더 말복, 여성이면서 여성을 사랑하는 신정, 결혼과 이혼의 경계에 서 있는 상강,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동지, 행복과 우울의 경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청명,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윤주에 이르기까지. 어딘가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이들을 통해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성의 심리나 디테일한 묘사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 연출이 말복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배우 레지나, 송재연, 장원경, 변신영 등 극단 고래의 대표 배우들이 열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