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세계③ 조성진 이렇게 키웠다…"금수저는 옛말"
by김미경 기자
2015.11.30 06:13:30
콩쿠르 스타 성장기 봤더니
'쇼팽 천재' 조성진, 피아노 빌려 연습
바리톤 유한승, 혼자 유학비 마련
부조니 문지영, 현대자동차그룹 장학금
영재 부모 "그저 뒤에서 응원" 입모아
| 클래식계 대모인 신수정(73·오른쪽)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남윤(66)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 한국인 최초로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의 스승인 신 교수는 “성진이는 의지와 집념이 타고났다. 그렇다고 피아노 앞에만 앉아 있는 학생도 아니었다”며 그의 기량에 감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스승인 김 원장도 “듬직하고 끈기 있는 학생”이라고 칭찬했다(사진=이데일리 C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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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성진이는 의지와 집념이 타고났다. 음악의 깊이는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피아니스트 조성진 스승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지영이는 처음 본 순간 내 정열을 바칠 만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듬직하고 끈기가 있다”(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스승인 김남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 “한승이가 의사나 판·검사가 되길 바랐다. 성악이 좋다고 해서 지켜봐 줬을 뿐이다”(바리톤 유한승의 아버지 유병철).
‘음악가 집안 출신’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도 없었다. 최근 주요 국제콩쿠르 우승자를 보면 한국에서 음악을 배운 토종 국내파 연주자가 많다. 국내 클래식계 대스승인 신수정(73) 서울대 교수와 김남윤(66)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 또 영재를 길러 낸 부모들은 그저 조용히 응원해줬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클래식 영재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와 헌신을 바탕으로 성장한다고 여겼다.
지난 7월 차이콥스키콩쿠르 성악부문에서 3위를 차지한 바리톤 유한승(30)은 여느 학생보다 더 평범했다. 초등학교 때 파바로티의 CD를 들은 게 계기가 됐다. 성악을 하고 싶다는 아들을 믿고, 일반 중학교에서 전문예술학교로 전학을 보낸 게 부모가 해준 전부다. 유한승의 아버지 유병철 씨는 “아들이 다 알아서 했다. 입시 때면 레슨비만 대줬다. 나중엔 콩쿠르 상금으로 유학비를 마련하더라. 음악 하면 집 팔고 소 판다는 얘기는 옛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지난달 한국인 최초로 쇼팽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은 어린시절 피아노 경연대회마다 낙방했단다. 그런데도 피아노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부모는 그저 아들이 좋아하는 걸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허락했다고 했다.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던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성진은 이번 대회를 위해 50년이 넘은 ‘업라이트 피아노’(피아노줄을 수직으로 세운 보급형 피아노)를 빌려 파리 국제예술공동체 아파트에서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왼쪽)과 피아니스트 문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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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이탈리아 부조니피아노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문지영(20)도 ‘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로 불린다. 평범한 업라이트 피아노를 썼던 탓이다. 문지영의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장애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2009~2013년 한국메세나협회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목프로덕션 관계자는 “손열음·조성진·김선욱·임동혁 등 음악영재 뒤에는 이들의 가능성만 보고 후원한 기업이 있다. 또 한예종 영재교육원이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있어 지원이 늘었다”며 “‘돈 있는 집 자식이나 예술을 한다’는 통념은 깨졌다”고 귀띔했다. 한예종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비도 다른 학교에 비해 싼 편인 데다 1대 1 수업이기 때문에 개인레슨을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콩쿠르는 순위경쟁이긴 하지만 출전비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일반학생보다 금전적으로 스트레스가 덜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