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기죽지 않는다" 음향최적화 소극장 잇달아 개관

by김미경 기자
2015.10.15 06:18:00

웅장한 사운드·화려한 라인업 내세워 이달 문 열어
- 최고 음향시설…이태원 '스트라디움'
무대·객석 경계 허물어
- 젊음과 소통…신촌 '금호아트홀 연세'
손열음 등 실력파 아티스트 공연
- 교육과 만남…혜화 '재능아트센터'
해설음악회 등 관객 개발 프로그램

27일 문을 여는 390석 규모의 ‘금호아트홀 연세’ 내부 모습(왼쪽부터)과 최대 100명이 들어설 수 있는 아이리버의 ‘스트라디움’, 177객석의 콘서트홀을 보유한 재능문화센터 외관(사진=금호아트홀·아이리버·재능교육).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스트라디움’ 2층 스튜디오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9집 정규앨범 쇼케이스 현장. 관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3곡을 연주하는 동안 마치 피아노선율이 사방에서 몰아치는 듯한 울림을 경험해서다. 밀도감 있는 촘촘한 소리는 귀에 착착 감겼다. 최고·최적의 음악공간이라는 말에 수긍이 갔다.

‘스트라디움’ ‘재능문화센터’ ‘금호아트홀 연세’ 등 음악공간 3곳이 서울 시내에 잇달아 들어선다. MP3전문업체 아이리버, 교육전문기업 재능교육, 금호아시아나재단이 각각 개관하는 공연장이다. 특징은 음향을 최적화한 소극장이란 것. 각 공간마다 특별한 소리, 운영노하우, 지리적 이점 등을 내세워 차별화한 공간을 꿈꾼다. 숙제도 있다. 특화한 문화의 장으로 자리잡으려면 관객은 물론 개성 있는 작품과 서비스 등에 공을 들여야 할 터.

백문이 불여일견. 개관 후 스타급 클래식 연주자들의 공연이 줄을 잇는 만큼 직접 가볼 것을 권한다. 내게 맞는 스타일의 공연장을 찾으려면 시간과 발품은 기본이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스트라디움에서 열린 정규 9집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앨범 수록곡을 연주하고 있다.
16일 정식 개관하는 ‘스트라디움’은 어쿠스틱을 표방한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한 건물에서 음악체험과 공연감상, 녹음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음악체험 공간이다. MP3 전문업체에서 고급 오디오 주력기업으로 변신한 ‘아이리버’답게 세계적 수준의 음향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고 최대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인 만큼 보다 가까이에서 음악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특별하다. 건축가 샘 토요시마의 작품이다. 토요시마는 ‘비틀스’가 음반을 녹음한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 일본 빅터 스튜디오 등을 설계했다.

스트라디움(사진=아이리버).
박일환 아이리버 대표는 “음악을 듣는다는 본질에 충실하고자 했다. 연주자, 음악가가 들려주고 싶은 소리를 얼마만큼 정확히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플랫폼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공연·강의가 꽉 차 있다. ‘스트라디움 토크’ 프로그램에 김의준 롯데콘서트홀 대표가 출연하는가 하면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선우예권, 실내악단 아벨 콰르텟 등의 연주도 계획하고 있다.





금호아트홀이 광화문에 이어 오는 27일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캠퍼스 내에 문을 여는 ‘금호아트홀 연세’는 기존 운영경험과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실력파 아티스트를 내세운 것이 강점이다. 광화문과 같은 39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대학 내 콘서트홀 건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브뤼헤 콘세르트허바우’ 등의 음향컨설팅을 담당한 영국 에이럽그룹의 감수·감리를 받아 실내악 최적의 음향을 구축했으며, 연주자와 관객의 동선을 분리해 환경을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구비한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금호영재 출신 대표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독일 스타인웨이 공방에서 후보 피아노를 연주해보고 선택한 최상의 악기다.

오는 27일 ‘금호아트홀 연세’ 개관을 맞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왼쪽)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사진=금호아트홀).
개관 이후 라인업 역시 눈에 띈다. 한국 클래식계 대표스타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듀오콘서트를 시작으로 만돌린 거장 아비 아비탈, 연극배우 손숙과 김소희의 낭독무대 등을 펼친다. 운영은 연세대에서 맡지만 공연장 안착까지 일정기간 재단이 공연기획과 운영 등을 지원한다.

박선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장은 “젊은 청년들에게 일찍이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 문화예술을 가까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신선하면서도 수준 높은 공연을 기획해 보다 다양한 관객, 젊은 청중과의 소통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27일 문을 열 ‘재능문화센터’ 개관을 기념해 연주를 벌일 예정이다(사진=대관령국제음악제).
이름만 들으면 백화점·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로 오해하기 쉽다. 오는 27일 종로구 혜화동에 개관하는 재능문화센터 얘기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백건우, 바이올린 정경화, 비올니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클래식계 거장과 스타들의 개관연주가 줄을 잇는 것을 보면 공연장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터.

교육기업이 만들고 운영하는 만큼 친절한 예술공간을 지향한다. 공연·전시의 아트센터와 강연·R&D센터로 구성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세계 3대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와 최정상급 음향 컨설턴트 나가타 어쿠스틱스에서 건축음향을 설계해 지었다. 2005년 건립 프로젝트를 시동한 지 10년 만의 개관이다.

콘서트홀은 177석. 독주·실내악 등 어쿠스틱 공연에 최적화해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배경소음환경 표준 NC 15~20으로 소음차단율이 탁월해 밀도 있는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대학로 소극장 밀집지역인 데다 서울 4대 소문 중 하나인 혜화문을 거쳐 성곽길로 이어지는 배경을 담아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문화융합 의미까지 포함한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이주희 재능교육 문화사업팀 과장은 “재능교육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관객개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해설음악회와 전시관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혜화 마티네’ 공연, 어린이 클래식 입문 콘서트 시리즈가 그것”이라며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예술교육, 영재·신인발굴 등을 통해 신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트라디움 내부에 쓰여져 있는 글(사진=아이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