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임대주택' 1호 예정지 가보니…"월셋집 넘쳐나 슬럼화 우려"
by신상건 기자
2015.01.15 06:00:00
인천도화지구 3000가구 몰려
인근 집주인들도 아우성
[글·사진=이데일리 신상건 김성훈 기자] “가뜩이나 공급 물량이 넘쳐나는 데 임대주택을 또 짓겠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요. 정부가 아예 이 지역을 슬럼화하려고 작정했나 봅니다.”
지난 13일 오후 기업형 임대주택 1호인 대림산업(000210)의 ‘e편한세상 스테이’가 들어설 예정인 인천 남구 인천도화개발지구를 찾았다. 인근 지역인 도화동에서 만난 한 부동산중개업소 김모 사장은 “이 일대 임대주택 과잉 공급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도화지구는 인천도시공사가 개발하는 공공택지지구로 총 88만㎡ 부지에 주택 58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인천도시공사는 대림산업과 함께 이곳에 기업형 임대주택 2465가구를 짓기로 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세입자가 8년간 거주할 수 있는 민간 임대주택으로 월 임대료는 40만~8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중산층 주거 혁신 방안’의 핵심 정책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인근 주민들과 부동산중개업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임대주택 공급 과잉으로 인한 ‘슬럼화’다. 도화지구에는 이미 인천시가 선보인 임대주택 ‘누구나 집’ 520가구가 내년 말께 입주할 예정이다. 서희건설이 아파트를 분양했다가 미분양이 나자 이를 준공공임대 형태인 ‘누구나 집’ 으로 돌려 임차인을 모집한 것이다.
도화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지역에 3000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라고 하지만, 미분양된 주택을 임대로 돌린 것 뿐”이라고 귀띔했다.
임대주택이 늘면서 인근엔 이미 월셋집이 남아돌고 있다. 집주인들은 월세가 나가지 않아 아우성이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현재 지은 지 12년 된 도화동 TS굿모닝 아파트(전용면적 80㎡형)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 안팎, 전세는 7000만~9000만원 수준이다. 매매가격은 1억2000만~1억300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월셋집이 남아돌면서 월세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2000가구 이상 더 공급되면 빈집이 넘쳐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또 “정부가 질 좋은 임대주택을 시세대로 공급한다면 수요자가 몰리겠지만, 그럼 수익률이 안 나오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이 임대료를 시세보다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처음 공급되는 ‘민간 제안 임대리츠 1호’인 용산구 동자동 ‘쌍용 트윈시티 남산타워’는 이미 높은 임대료 책정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초기 임대료 규제를 없애면서 우려됐던 문제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 오피스텔은 오는 5월 초 입주 예정으로, 지난 10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업형 민간 임대시장 육성을 위해 임대주택 리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가 비싸 논란이 되고 있다. 총 8개의 주택형(전용면적 21.48~29.9㎡ )으로 구성된 이 오피스텔 임대 가격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110만원 선이다. 서울역 인근에 있는 다른 오피스텔들보다 월 임대료가 20만~35만원 정도 비싼 것이다. 인근에 있는 풍림 아이원 플러스·대우 디오빌·KCC 파크타운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75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동자동 인근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아무래도 민간 임대주택이다보니 사업자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를 비싸게 책정한 것 같다”며 “비싼 월세 때문에 일부 고소득층만 입주 가능한 오피스텔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