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빅뱅]'더 안전하게·더 적게 클릭' 모바일결제 승자 가른다
by김보리 기자
2014.11.25 06:00:00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업체들이다. 이들은 미국 월간지 패스트컴퍼니가 해마다 전 세계 기업의 실적과 새로운 기술 등을 평가해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기업 50’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이기도 하다.
‘혁신’이라면 언뜻 IT기업을 떠올리지만 그 고정관념을 깬 회사가 있다. 스포츠용품의 자존심 나이키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나이키는 지난해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손목 스마트기기 ‘퓨얼밴드‘ 열풍에 힘입어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몇 단계 떨어진 7위를 기록해 구글, 드롭박스 등 굴지의 IT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는 이제 IT업종 간 만의 경쟁은 무의미해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모바일 결제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카드·은행 등 금융회사와 통신사·IT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 간 경쟁을 뛰어넘어 통신사 및 IT기업 간 경쟁으로 확산된 셈이다. 어느 부문이건 누가 더 안전하게, 더 적은 클릭만으로도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지 진검승부만 남았다.
지난 11일 다음카카오가 16개 시중은행과 손잡고 서비스를 시작한 뱅크월렛카카오가 포문을 열었다. 일단 한번 본인 인증만 해 놓으면 송금과 출금이 가능한 50만원 한도의 사이버 지갑이 생겼다. ‘충전하기’ 버튼을 누르고 최대 50만원까지 카카오 가상계좌로 현금을 충전해두면 하루 10만원 한도 내에서 메신저를 보내듯이 쉽게 송금이나 결제를 할 수 있다. 몇 초 만에 지인간 회비나 경조사 비용 등의 송금을 완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지난 9월 출시해 한 달 만에 12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신용카드사의 앱카드가 앱을 가동하고 결제할 때 두 차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반면, 카페는 한차례의 비밀번호 입력으로 결제가 가능해 편리하다.
카카오톡 연동 결제서비스의 힘은 3700만명에 이르는 회원 수다. 초기 진입 장벽 등을 고려해 고객 증가 속도는 더딜 수 있지만 안착되면 그만큼 로얄티 강한 회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카드업계는 간편결제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카카오페이와 이동사 결제 수단이 신용카드업계의 위협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새로운 결제 수단보다는 유심카드나 앱카드 등 각사가 출시한 모바일카드의 보급 확산에 한층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128만 매였던 신한카드의 앱카드 발급 건수가 올해 9월 말에는 385만 매로 급증했다. 삼성카드도 앱카드를 탑재한 전자지갑 엠포켓을 240만 건 발매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가 지금의 카카오톡만큼 활성화돼 신용카드와의 제휴를 배제하고 은행과 직접 거래하는 등 다른 활로를 찾는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막강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삼성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진입하려는 국내 온라인 신용카드 지급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조 3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인터넷쇼핑 시장의 모바일 결제 비중인 17.0%를 적용하면 모바일 신용카드 결제 시장 규모는 약 5조 3000억원이다. 이 보고서는 결제시장이 연평균 18% 수준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모바일 결제 비중이 급상승세여서 2017년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가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 30만원 가량을 한도로 소액결제 시장에 진출해 있는 이동통신사들도 자체 개발한 모바일결제·인증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발표한 모바일 지갑 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를 대응하고 있는 것.
이들 3사는 모두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와 연계해 스마트폰의 바코드나 QR(Quick Response) 코드, NFC(근거리무선통신) 등으로 온·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나우’를 비롯해 올해 8월 인증방식을 더한 ‘페이나우 플러스’를 선보인 바 있다. 페이나우는 통신사에 관계없이 설치 후 최초 1회만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추가 절차 없이 간편한 모바일 인증만으로 모바일과 PC에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페이나우(Paynow)에 뱅카와 유사한 개인 간 송금 기능을 추가하기로 한 것도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결제시장 진출에 대한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현재 페이나우는 1000만 가입자가 이용하는 모바일지갑 ‘스마트월렛’과 연계해 결제 서비스를 비롯해 300여 개가 넘는 멤버십,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최근 블루투스 저전력(BLE) 기술 기반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2가지를 개발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섰다. SK텔레콤이 개발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은 결제기기에 비밀번호만 입력해도 결제가 이뤄지는 ’BLE 페이먼트‘와 여러 장의 플라스틱 카드를 한 장의 전자카드에 넣어 관리하는 ’BLE 전자카드‘ 등이다.
KT는 별도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의 단말 정보와 KT가 보유한 사용자 데이터베이스를 비교해 본인 인증을 하는 ’올레 앱안심인증‘을 발표하는 등 이동통신 3사 모두 축적된 기술력을 무기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