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무역분쟁을 우려하는 이유

by피용익 기자
2009.09.15 06:43:35

[뉴욕=이데일리 피용익특파원]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산 타이어 보복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월가의 우려가 고조됐다. 오늘(14일) 뉴욕 증시가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월가가 우려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양국의 무역분쟁은 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의 영업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할 경우 국채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미해외무역협의회(NFTC)의 윌리엄 레인슈 회장은 "중국은 이런 경우에 보복을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은 WTO 제소에 이어 미국산 자동차 부품과 닭고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으로 인해 가까스로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 위협적인 조치다.

롭 러츠 캐봇머니매니지먼트 대표는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아무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고조되고 있는 무역분쟁 분위기를 안타까워했다.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할 경우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미 국채 최대 보유국으로, 전체의 25%를 갖고 있다.

테미스트레디잉의 조 살루치 매니저는 "미국의 채권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중국과 다투는 것은 좋을 게 없다"며 "이런 소식은 증시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델타글로벌의 브루스 자로 스트래티지스트는 "양국 모두 무역분쟁을 고조시키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는 전쟁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무역분쟁이 가시화되면서 로스차일드앤시에제션, 블랙록, 오펜하이머펀드 등은 소위 경기방어주 매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롤프 웨지우드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늘은 중국에 물건을 팔지 않는 기업들이 매수 리스트에 포함됐다"며 "무역분쟁 가능성으로 인해 경기방어주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