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이 되고 싶은 엄친아 싸이코…무공 천재 이강진은 관종? [툰터뷰]

by김가은 기자
2024.09.08 09:18:35

무협물 대가 노경찬 작가 인터뷰
"중학교 시절 김용 작가의 사조영웅전으로 무협 입문"
"읽는 건 재밌어야, 세계관은 필요할 때마다 추가"
"레드스톰 차기작 ''왕의 귀환'' 연재 예정"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어린 시절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뭘 하든 실력도 중요하지만 예의와 도덕·정의가 중요하다고 부모님도, 선생님도 누차 강조했었다. 사실 잘 와닿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뭔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지만 일단 ‘그런 척’은 했다. 진심으로 감명을 받은 건 무협물을 접한 뒤였다.

자신의 이득보다 세상에 줄 영향을 생각하고, 끊임없이 ‘정도(正道)’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보며 ‘나도 저런 삶을 살아야지’라고 되새겼다. 현실에서 내공을 쌓아 검기를 쏘아낼 수는 없지만 삶의 태도만은 닮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무협물을 사랑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 먼 것 같다.

카카오웹툰 연재작 ‘관존 이강진’(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런데 만약 무공을 쓸 수 있는 세계관 속에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어떨까. 가르치는 족족 무공을 배워 흡수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천재가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육만 즐기는 ‘금쪽이’라면. ‘관존 이강진’은 금쪽이인 이강진이 스승 ‘곽노’를 만나 진심은 아니지만 인성을 학습해 ‘대인(大人)’으로 거듭나는 일종의 성장기다.

재밌는 점은 이를 집필한 노경찬 작가의 여러 수작 중 하나인 ‘아비무쌍’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협의 진정한 맛을 느끼고 싶지만, 조금은 색다른 느낌을 받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두 작품 모두 정주행하기 좋다. 아비무쌍은 이미 완결됐고, 관존 이강진은 164화까지 진행됐다. 무협물의 대가로 불리는 노경찬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작가를 하게 된 이유는 원래 책을 좋아했고, 어느 순간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닥치는 대로 읽는 습관이 있었고, 그 와중에 중학교 때 무협과 판타지 장르에 입문했습니다. 김용 작가님의 사조영웅전이 무협 입문의 계기가 됐습니다.

무협은 말 그대로 무와 협이 합쳐진 장르입니다. 협이 작아진 시대,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주인공이 해주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성인을, 그리고 평생을 타인을 위해 봉사했던 위인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나는 저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이해하려 많이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마다 사는 이유가 다르고, 생각하는 이유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시야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마다 제 나름의 이유로 결론을 내리곤 합니다. 캐릭터의 대사도 각자의 서사에 맞게 쓰곤 합니다. ‘이 캐릭터가 이런 행동과 말을 하는 이유를 독자님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글 쓰기는 이렇다고 정의내려서입니다.

이강진은 선하다, 악하다. 이건 보는 독자님들의 성향에 따라 갈리게 됩니다. 하지만 ‘대인’ 이라는 단어를 계속 배치한 이유는 그게 이강진 삶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대인을 위해서라면 누군가 보기에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단순하게 자신의 삶의 이유를 가진 캐릭터일 뿐입니다. 그렇게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작품을 시작할 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읽는 건 재미있어야 합니다. 어떤 게 재미있을까? 시작은 늘 여기서 시작합니다.

사랑 받는 엄친아 싸이코(포졸) - 이강진

사랑받는 비리 형사(포졸) - 진가수

홀아비 무사가 애 키우는 이야기 - 아비무쌍

이런 식으로 사람의 삶을 보여줌으로, 독자님들이 공감해주시면서 함께 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시작부터 구상하지는 않고 필요할 때마다! 또는 재미있겠다! 하는 경우에만 내용을 결합시키곤 합니다. 제 이름을 기억해주시고, 봐주시는 독자님들에게 약간의 재미라도 더 드리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작품 수가 늘어나면서 세계관이 되어버렸습니다.

로맨스를 쓴 적이 있으나, 남성들이 더 공감할 로맨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남자인 제가 여성 독자가 주인 로맨스를 쓰려면,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걸림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추리, 스릴러쪽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레드스톰은 ‘왕의 귀환’이란 타이틀로 곧 연재가 될 예정입니다. ‘아비무쌍2’는 현재 하고있는 작업들이 다 끝나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도 개정을 해야해서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이름만으로 충분히 선택할 가치가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처음 계획은 소설 10개 작품 완결이었습니다. 현재 11개 완결해 목표를 달성했고, 다음 계획은 웹툰 10개 작품 완결인데 이것도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독자님들께서 제 작품을 아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덕분에 부모님을 봉양하고, 처자식을 부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