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갈등사회 탈출구 열어줄 키워드

by최훈길 기자
2024.07.10 05:00:00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임무송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세계 1위 갈등 국가라고 할 정도로 정치 갈등에서 젠더·노사 갈등 등 갈등의 함정에 빠진 한국 사회는 아만다 리플리(A. Ripley)가 말하는 전형적인 고도 갈등(High Conflict) 사회의 모습이다. ‘우

리’와 ‘그들’로 나누어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승자 없는 싸움을 반복한다.

진영전쟁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의 복합적인 갈등 저변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이에 역대 정부는 ‘보이는 손’이 돼 양극화 해소를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 비정규직 제로화,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은 이중구조를 완화하지 못하고 취약계층 고용불안 등 후유증을 남겼다.

윤석열 정부도 시장친화적 개혁을 표방하고 있으나 전통적인 관 주도형 접근방법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 관리부터 원·하청 기업 상생까지 정부가 나서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게다가 ‘작은정부론’에 입각해 공무원 증원을 억제한 결과, 인사 적체가 심화하고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반면 포퓰리즘 비판에도 불구하고 취약부문 보호 확대 정책이 잇따른다.

이와 같은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는 해법은 민간의 역량과 스마트 기술의 적극적 활용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노동 부문 세 가지 현안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으나, ‘보호의 역설’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영세 사업주의 부담 능력과 정부의 행정력 부족이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2200명에 불과한 현재의 근로감독관 인력으로 133만 개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근로자 334만명)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안은 근로시간 등 보편적 보호가 필요한 내용을 가려 우선 적용하는 한편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에게 지도와 지원의 일차적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둘째, 급증하는 집단적·개별적 노동분쟁 역시 현재의 노동위원회 심판제도로는 한계가 있고, 노동법원이 노동위원회를 대신할 수도 없다.

요즘 인사관리 담당자의 가장 골칫거리인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옳고 그름을 법리적으로 명확히 판단하기도 어렵다. 분야별 민간 전문가를 활용한 상담, 화해·조정 등 대안적 분쟁 해결(ADR)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 50인 미만 사업장은 84만여개소(근로자 800만명)에 달하는 반면 산업안전감독관은 852명에 불과하다. (자료=대한산업안전협회)
셋째,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 50인 미만 사업장은 84만여 개소(근로자 800만 명)에 달하는 반면 산업안전감독관은 852명에 불과하다.

처벌을 면하기 위한 서류 갖추기 중심의 형식적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재해 예방이 이루어지려면 정부, 공단, 민간기관의 역할 분담 체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집행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채 보호제도만 확장되면 실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분쟁만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민관협력의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지원군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있다. 안전 분야의 예를 들면, 클라우드 방식의 안전관리전산시스템(스마플: Smart My Safety Platform), 지능형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제거하는 세이버스(SAVUS), 헤드셋과 통신기기를 결합한 스마트 헬멧 등이 개발돼 있다. 이러한 도구를 활용하면 안전관리를 실질화하고, 정부는 굳이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스마트하게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다.

리플리는 저서 ‘극한 갈등’에서 ‘분노와 증오의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으로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 혁파, 복잡성을 인식하고 경청하기, 갈등으로 이득을 보는 자와 거리 두기 등을 제시했다. 갈등의 원천인 노동 양극화를 완화하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민관협력과 노노, 노사, 원·하청 상생이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