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시장 IPO 나선 현대차, 주주환원까지…자본시장 통해 활력 찾는다

by이다원 기자
2024.06.18 05:30:00

인도 IPO 예비신청…최대 4조원 조달
현지 100만대 생산·미래차 인프라 확충
''기업가치 상승→주주환원'' 선순환 기대
완성차 ''대세'' 따라…주식 제값 받을까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현대차가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하며 글로벌 상장 행보를 공식화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조달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처럼 현대차도 자본시장을 활용해 적극적인 미래 활력 찾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는 정의선 회장.(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인도법인 IPO와 관련해 “인도 현지 종속회사인 ‘HYUNDAI MOTOR INDIA LIMITED(HMI)’를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인 DRHP를 제출했다”고 17일 공시했다.

만일 예상대로 상장할 경우 현대차가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25억~30억달러 안팎으로, 한화로는 약 3조4500억~4조원 규모로 점쳐진다. 인도 주식시장 최대 규모다. 현대차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인도법인 주식 8억1200만주 중 1억 4200만주(17.5%)의 주식을 공개 매각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인도에서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현지 전동화 전환에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현대차는 10년간 4조원이 넘는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첸나이 공장과 새로 인수한 푸네 공장 등 현지 생산시설을 재정비해 연간 100만대 양산 체제를 갖추고, 수소자원센터(HRC), 전기차 충전소 등 미래차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23일(현지시각)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미래 투자를 위한 결단이지만 자본시장은 현대차의 이같은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속 성장하는 시장인 인도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곧 모회사인 현대차 수익으로 연결돼,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인도법인 IPO 시 시가총액을 23조7000억원으로 가정하고 낙관적인 전망치를 반영해 현대차의 기업가치 상승효과가 약 16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록 현대차의 적극적 주주환원책도 빛을 발할 전망이다. 올해 초 현대차는 연간 배당 성향을 25% 이상으로 높이고 자사주 1%를 소각하는 주주환원책을 제시했다. SK증권은 만일 현대차 기업가치 재평가 이후 자사주를 2조원 이상 매입할 경우 주주환원율이 4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다. GM은 이달까지 자사주를 100억달러(약 13조8100억원) 매입하는 데 이어 60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신규로 사들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토요타도 1조엔(약 8조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예고했다. 주주 반발을 줄여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빠르게 조달하고, 신사업 확장 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 역시 주주환원을 통한 선순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면 향후 신사업을 펼치거나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때 지지를 얻기 쉽다”며 “현대차도 주주환원을 강화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인도 시장 공략과 동시에 자본시장 신뢰도까지 높이는 행보가 시작된 만큼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기대하는 인도법인 상장과 주주환원정책 강화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있지 않다”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뛰어넘는 다변화한 생산 포트폴리오로 견고한 포지션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