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소비자, 제품 구색 느는데…가루쌀 생산 얼마나 늘까 '관건'

by남궁민관 기자
2024.06.12 05:35:05

[가루쌀 시대 온다]②스타벅스 '라이스칩' 판매 15%↑
소비자 수요 확인…쌀 강점 앞세운 제품들 귀추 주목
원재료 원활한 수급이 제품 지속성·판로 확대 '열쇠'
올해 재배면적 목표 1만ha…얼마나 채웠나 이목 쏠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2월 기존에 판매하던 ‘라이스칩’을 ‘가루쌀(분질미)’ 제품으로 리뉴얼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라이스칩의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가루쌀 수요를 확인한 대표적 사례다.

올해 하반기에는 단순히 밀가루 대체재가 아닌 쌀 본연의 장점을 잘 활용한 가루쌀 제품 출시가 예고돼 그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밀가루 대비 비싼 가격, 대형마트 등 판로 확대 등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아 관련 업계에선 농가 생산 확대를 통한 가루쌀의 원활한 수급에 공을 들여달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몰에서 열린 빵 축제 ‘전국빵지자랑’을 찾은 시민들이 전국 대표 베이커리에서 가루쌀로 만든 빵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스1)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장류 시장 강자 샘표(007540)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가루쌀 고추장’을 개발 중이다.

통상 시중에 판매하는 고추장은 단맛을 내기 위해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하는 물엿을 활용하지만 샘표는 가루쌀로 이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통 방식의 쌀발효조청으로 단맛을 낸 ‘조선고추장’을 선보였던 샘표는 제분이 쉽고 비용 또한 적게 드는 가루쌀이 고추장 개발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샘표 관계자는 “옛날 고추장의 깊은 단맛을 내는 데에 있어 쌀발효초청이 대표적 원료가 된다”며 “가루쌀은 발효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사조동아원(008040)과 삼양사(145990)가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가루쌀 부침·튀김가루 역시 쌀 고유의 특성이 빛을 발한 제품으로 꼽힌다. 가루쌀은 밀가루 대비 기름을 덜 먹는 특성이 있어 더 바삭하고 건강에도 좋은 부침이나 튀김 요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세계푸드(031440)는 출시를 공식화한 가루쌀 대체유 ‘라이스밀크’(가칭)은 소화가 편한 쌀의 특성을 잘 활용한 또 다른 제품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기존 쌀 맛의 음료와는 완전히 다른 대체유가 될 것”이라며 향후 치즈, 크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가루쌀 제품에 대한 구매 의향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밀가루를 대체하는 수준에서 쌀 본연의 장점을 잘 살린 제품들의 역할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가루쌀 시장 창출 및 생산·유통체계 구축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 1500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3년간 쌀 가공식품을 구매한 이들은 82.9%였다. 이들 중 ‘쌀과 쌀 가공식품 관련 기사·소식을 관심 있게 본다’는 응답자는 56.7%, ‘타 곡물류 가공식품보다 쌀 가공식품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68.7%를 차지했다. 쌀이 건강에 더 좋고, 안전하고, 맛이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관련 업계에선 가루쌀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원활한 수급을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지난해 SPC삼립(005610)과 해태제과식품(101530)이 선보인 가루쌀 제품들은 모두 한정판으로 선보여 소비자들의 높은 수요에도 판매 성과 역시 제한적이었다. 일부 식품업체들의 가루쌀 제품의 경우 생산량이 많지 않다 보니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 입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밀가루 대비 가루쌀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가격 역시 생산량 확대가 관건이다. 현재 가루쌀 정부공급 원가는 1㎏당 1540원으로 여기에 제분비용 등을 합친 기업간거래(B2B) 가격은 ㎏당 1600~1700원으로 알려졌다. B2B 가격 기준 국내산 밀가루(㎏당 1800~1900원) 보다는 저렴하지만 수입산 밀가루 가격(㎏당 960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가격에 대한 업체들의 부담이 높다는 점은 정부도 인지, 올해 3월부터 가루쌀 정부공급 원가를 1㎏당 1000원으로 낮춰 판매 중이며 신규 사업으로 제분 비용을 1㎏당 300원 지원하고 나섰다. 근본적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농가들의 가루쌀 생산량 확대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에 일단 공을 들이고 나선 셈이다.

올해 국내 농가들의 정부 전략작물직불제 신청 성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전략작물직불제 신청 결과 국내 가루쌀 재배면적을 전년(100㏊) 대비 20배 이상 늘린 2200㏊로 확대하는 데에 성공했다. 올해는 1만㏊를 목표로 지난달 30일까지 농가 신청을 받았다. 올해 성과가 내년 가루쌀 수급 상황 뿐만 아니라 2026년 재배면적 목표인 4만2100㏊를 달성 여부를 가늠할 전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상당수 식음료 업체들이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반기 중 상품화에 나서지 못한 데에는 가격 및 물량 측면에서 불안정한 원료 공급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가루쌀 제품들이 등장하겠지만 단발성 한정판 제품들에 그치지 않도록 안정적인 가루쌀 공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벼 수확기를 맞은 충남 부여군 임천면 한 벼 보관창고에 수확한 가루쌀 포대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