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악몽 되살린 '경복궁 담장 낙서'…이팀장은 누구?[사사건건]
by손의연 기자
2023.12.23 08:00:00
16일, 17일 경복궁 담장 연이어 훼손
10대 임군은 구속영장 기각…20대 설씨 구속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 투입해 복구 작업
범행 지시한 이팀장 배후 빨리 밝혀져야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이번 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경복궁 담장 낙서 테러’ 사건이지요. 이 사건은 2008년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는데요.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경복궁 서쪽 담벼락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낙서가 적혀있다. (사진=연합뉴스) |
|
지난 16일과 17일 경복궁 담장에 정체 모를 낙서가 발견되며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10대 남녀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첫 번째 사건의 피의자인 임군과 김양은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쯤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 등을 낙서했습니다. 이들은 이후 서울경찰청 동문 외벽에 동일한 방식으로 낙서하기도(재물손괴) 했습니다.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이들의 동선을 추적했고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시의 자택에 있던 임군과 김양을 각각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이튿날 임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단순 가담한 김양을 석방했습니다.
문화재청과 경찰은 이들의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를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염려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특히 임군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기각 사유에 대해 법원은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는데,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지만 피의자는 만 17세의 소년으로 주거가 일정하고 범행을 시인한 후 반성하고 있다”며 “관련 증거도 상당수 확보됐고 피의자를 구속해야할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들의 진술에서 사건의 특이점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범행은 자발적으로 저지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SNS를 통해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의뢰를 받아 의뢰자가 정한 장소에서 지정된 문구를 스프레이로 기재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습니다.
때문에 10대 남녀에게 범행을 지시한 배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본인을 ‘이팀장’이라고 한 자가 텔레그램으로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팀장은 임군에게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에 낙서하라는 지시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새벽 1시에 경기 수원에서 출발해 2시부터 낙서 시작하라’는 등 구체적인 범행 시간과 장소, 방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배후에 대해서도 조사 중입니다.
‘첫 번째 경복궁 낙서사건’의 모방 사건의 범인인 20대 남성 설모씨에 대해선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설씨는 지난 17일 오후 10시쯤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장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습니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6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는데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낙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설씨는 해외에서 유행하던 그래피티(락카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이용해 주로 공공장소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 및 기타 흔적을 남기는 행위)를 모방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설씨는 20일 오전 3시쯤 본인의 블로그에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다, 안 죄송해요, 전 예술을 한 것뿐이에요”라고 적어 공분을 샀지요. 그는 지난달 경복궁역 인근 미술관에서 전시된 예술 작품이었던 모자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들의 범행 이후 문화재청은 문화재 복원에 긴급하게 나섰습니다. 매일 20명의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투입되고 있는데요. 한파 때문에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요. 스팀 세척기와 레이저 장비, 약품 등을 통해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 예상됐던 복구 작업은 설씨의 추가 훼손으로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앞으로 국가유산의 훼손에 경찰과 공조하며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경찰도 첫 번째 사건의 범행을 지시한 ‘이팀장’의 정체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