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교류' 전무한 2030…"늙음 이해해야 젊음 즐긴다"
by조민정 기자
2023.05.16 06:00:00
[대한민국 나이듦, 2030세대]①
명절 문화도 약화…노인 만날 일 없는 '2030'
'나이듦' 고찰 필요성↓…청년-노인 교류 시급
"공간 마련 우선, 청년 니즈 파악한 교류 필요"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영민 수습기자]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2030 청년과 노인의 소통이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사라졌다. 만나지 않으니 청년은 노인과는 대개 교류를 맺지 않으며, ‘나이듦’에 대한 고찰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청년과 노인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시간·공간적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양 세대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제언했다.
|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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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늙음을 이해해야 젊음을 즐길 수 있는데 두 세대가 단절되면서 안타까운 사회가 됐다”며 “노인정과 양로원 등이 아니고선 청년들은 쉽게 노인을 마주칠 기회가 없는데, 우선 아파트에 아동 보육 시설이나 노인 보살핌 시설을 함께 들여놓는 등 물리적인 교류 공간을 확보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대가 한 집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아온 과거의 모습을 현대사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1인 가구, 핵가족 시대가 계속되면서 점차 조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데다, 명절 차례와 제사를 지내는 문화도 약해진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2021년 1인·2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한 반면, 4인 가구는 꾸준히 감소했다. 2021년 1인 가구 중에선 ‘29세 이하’가 19.8%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화를 활용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춰 청년들의 ‘니즈(Needs·욕구)’를 파악해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고전적인 지자체의 교류 프로그램으로는 더는 청년의 흥미를 끌 수 없는데다, 억지로 만든 만남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 단순히 시설을 만든다고 해도 안가면 그만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여파로 더욱 ‘비대면’이 익숙해진 청년들을 억지로 끌어내기보단 SNS나 유튜브를 활용해 소통하는 방법도 있다”며 “지자체 등에서 노인의 삶을 소개하는 문화 콘텐츠를 육성하거나, 이를 원하는 노인들에게 정부가 IT 교육을 강화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에 인기를 끈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손녀딸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지만 70대 노년 여성의 일상생활을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가감 없이 영상에 담아 노인과 청년의 ‘대화의 장’을 직접 만든 주인공이다. 당장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즐기는 청년에게 ‘나이듦’은 먼 훗날의 이야기인데, 막연한 노후대책에서 벗어나 박막례 할머니의 영상을 통해 ‘아름답게 나이드는 법’, ‘노인이 된 모습’ 등을 구체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생 선배’인 노인들과의 관계맺음은 청년들 삶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일본에선 노인이 커뮤니티 공간에서 청년의 유아·아동을 돌봐주면서 니즈를 채워준다”며 “노인이 청년의 ‘육아 고충’을 해결해주니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청년 고독사도 늘고 있는데 노인 멘토를 연결해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방식으로 양 세대의 교류를 늘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