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라던데…언제 담아야 할까[반도체株 봄이 온다]

by이정현 기자
2023.04.10 06:06:00

삼성전자 1Q 최악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株 반등
“지금이 저점” 인식 확산…3Q부터 회복 전환 전망
“반도체 테마 추세 반등 임박”.. 정책적 수혜도 기대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오랫동안 눌려있던 반도체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역대 최악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오히려 튀어 올랐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한 것을 계기로 반도체 업황이 오랜 부진을 뒤로하고 상승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미국의 긴축 종료와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라 수요도 개선될 것이란 시그널도 나오고 있다. 모든 면에서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업황 개선에 앞서 주가가 먼저 움직인 과거 사례를 짚으며 반도체 테마 관련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인 일제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비중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분 실적악화로 지난 1분기 잠정 매출액이 전분기대비 11% 감소한 63조 원, 영업익은 같은 기간 대비 86% 감소한 6000억 원 등 최악의 어닝쇼크를 기록했으나 앞으로 개선 가능성이 큰 덕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수요가 조절돼 반도체 업황이 서서히 반등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 직후 SK하이닉스(000660)는 반사이익 기대감으로 6%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반도체 업황은 현재 최악의 구간을 지나고 있다. 업황 둔화에도 공급량이 많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탓인데 D램과 낸드 모두 현금 원가를 하회하고 있다. 영업적자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2분기에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장에서는 부진한 1분기 실적보다는 2분기 이익 증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요 개선 등으로 반도체 업황이 1분기가 저점, 2분기 개선 과정을 지나 3분기에는 회복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부담은 완화하고 가격 하락 폭도 이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관점에서 부진했던 반도체 업계의 1분기 실적보다 전분기 대비 2분기 이익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 연간 매출과 영업익은 전년대비 역성장이 추정되나 분기별로는 2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요개선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나 수요자 재고 상태는 우려 대비 건전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연초 극심하게 부진했던 수출액도 기저를 형성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가격 하락폭은 수량 증가폭 대비 작을 것으로 판단돼 수출액 역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신규 투자는 제한적이나 투자 축소를 넘어 가동률 조절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관련주의 추세적 반등 역시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업황 사이클 개선에 앞서 주가가 먼저 움직였던 만큼 매수 타이밍이 임박했다는 의견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 위기로 반도체 수요가 둔화됐으나 이후 업황과 주가의 반등은 가파르게 나타났다. 2009년 하반기부터 시작돼 2012년까지 이어진 유럽발 재정위기로 반도체 업황 역시 위기를 맞았으나 2011년 메모리 가격이 반등하며 회복세를 맞았다. 2015년 겪었던 수요 부진은 공급 축소가 수요 회복의 기반이 됐으며 이후 다시 주가가 반등했다. 2018년 미중 분쟁에 따른 경기 둔화로 시작된 다운사이클이 시작됐으나 부가 반등은 이듬해 1분기부터 확인됐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재고 증가세 둔화 혹은 감소 여부 확인 △한계치에 근접한 메모리 가격 낙폭 △반도체 수출액 증감률 큰 폭 개선 여부 등을 반도체 관련주의 반등 시그널로 보고 있다. 반등 시점을 정확히 짚어내긴 어려우나 대략적으로 이같은 공통점을 가질 때 이후 상승 사이클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생산 업체의 보유 재고는 1분기 말 기준 전분기 대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재고 정점은 3분기 중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가격은 전저점에 맞닿아 있는 수준이며 지난 2월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반등했으나 향후 지속성 여부를 관찰해야 할 단계다.

상승을 넘어 ‘빅 사이클’ 진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이 극심한 부진을 겪은 뒤에 오는 사이클은 일반적인 업사이클을 넘어 빅 사이클인 경우가 많았다”며 “공급 축소에 의한 상대수요 회복과 동시에 기대 이상의 추가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 진단했다.

그는 “매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바닥 확인 및 개선세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4분기 중 매크로 바닥을 전망하며 절대수요 변곡점은 올 3분기에서 4분기로 지난 1월 초 형성된 주가 저점이 이번 사이클의 저점일 것”이라 예상했다. 부정적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주가 저점 레벨은 우상향할 것이란 긍정적 진단이다.

업황 개선 사이클에 맞닿아 정부가 내놓은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도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 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시행으로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확대되며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올해에 한해 10%의 추가 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K칩스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산업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산업적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하고 보다 높은 생산성 확보를 통해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함으로 반도체 섹터에선 OSAT, 비베모리, DDR5 장비 사업을 영위하고있는 기업들이 가장 높은 수혜를 나타낼 것”이라며 “관련 산업 투자 계획이 연초 계획 대비 확대될 가능성 높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