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미영 기자
2023.02.18 09:00:00
전세사기 뺨치는 지주택 사기, 피해회복 안돼
3년 전 TV조선 ‘조건부 재승인’ 의혹, 검찰 수사 속도
‘후원금횡령 의혹’ 윤미향, 대부분 무죄…쌍방항소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400명 넘는 피해자들과 그 가족이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사기 범행으로 입은 재산상 손해의 처절함과 좌절감·상실감 등 정신적 충격 및 고통, 경제적 타격으로 인한 생활의 피폐, 가정불화와 극단적 선택 시도에 이르기까지의 극심한 정신적 피해상황을 생생히 호소했다.”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서울 구로구 지역주택조합 사기범에 징역 30년형이란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사기범 행각이 ‘내 집 마련’을 간절히 바랐던 서민들을 얼마나 큰 고통에 몰아넣었는지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사활을 건 전세사기 못지않은 ‘악성사기’가 일부 지주택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지주택 사기에 경종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주 [사사건건] 키워드는 △200억대 지주택 사기범, 징역 30년 △TV조선 ‘조건부 재승인’ 의혹 수사 속도전 △윤미향 ‘1500만원 벌금’에 쌍방항소입니다.
구로동 지주택 사기는 2016년 11월~2019년 9월 이뤄졌습니다. 25층 대단지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다며 모집대행사 대표 류모(60)씨 등이 조합원을 모집했습니다. 지주택 설립을 위해선 대지 면적 80% 이상의 토지사용승낙서를, 사업계획 승인을 위해선 95% 이상 승낙서를 얻어야 하지만 이를 속였습니다. 실제 토지사용승낙서 모집률은 25~30%에 불과, 지주택 설립이 요원했음에도 “사업부지가 75~80%가량 확보돼 2020년 아파트 입주가 가능하다”고 거짓말했습니다.
이런 사기행각으로 인한 피해자는 402명, 피해액은 총 206억원이 넘는단 게 법원 설명입니다. 거짓말로 조합원을 모아 계약금 등 명목으로 돈은 뜯은 류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등 혐의로 징역 30년에 추징금 62억1900만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지주택 추진위원장 이모(80)씨는 징역 12년과 추징금 550만원, 업무대행사 대표 한모(61)씨는 징역 7년을 각각 선고 받았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열악한 주거 환경 등으로 주거 여건이 좋은 새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들을 기망했다”며 “피해자들은 근로소득이나 대출 등을 통해 조합 가입금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피고인들이) 개인의 운명과 미래를 나락으로 빠뜨렸다”고 질책했습니다.
응당한 처벌을 받았지만 늦은 감이 있고, 피해회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점이 안타깝습니다. 피해자 200여명은 이날 선고 직후 “단지 구로에 한정된 게 아닌 전국 지주택의 대표적 사기사건”이라며 “현재 지역주택개발 관련 법이 바뀌지 않으면 사기사건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법의 허점을 고쳐달라고 호소했습니다.
TV조선의 ‘조건부 재승인’ 관련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16일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원장 사무실과 한 위원장 주거지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한 위원장의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그의 휴대전화와 차량, 비서실장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걸로 알려집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방통위 심사위원 일부가 TV조선에 특정 항목 점수를 일부러 낮게 준 정황이 담긴 감사자료를 넘겨받아 관련 수사를 벌여 왔습니다. TV조선은 2020년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때 종합점수에서 653.39점으로 기준을 넘겼지만 중점 심사사항인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항목에서 과락으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런 결정에 한 위원장이 개입한 걸로 검찰은 의심 중입니다.
당시 심사위원장을 지냈던 윤모 교수는17일 밤 ‘증거 인멸, 도망 우려’ 이유로 구속됐습니다. 윤 교수는 당시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방송정책 부서에 근무하던 양 모 국장, 차 모 과장과 공모해 일부러 점수를 깎은 혐의를 받습니다.다. 양 국장은 지난 1일, 차 과장은 지난달 31일 각각 구속됐습니다.
‘벌금 1500만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는 윤미향(58) 무소속 의원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왔지만, 윤 의원과 검찰이 쌍방항소하면서 법정 공방이 이어지게 됐습니다.
윤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보조금관리법 및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의 재판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자신에 제기된 혐의 모두가 무죄란 취지입니다.
서울서부지검도 같은 날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냈습니다. 검찰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자금의 업무상 황령 부분, 박물관 허위등록 관련 보조금 위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5) 할머니에 대한 준사기, 정의연 부설시설 경기 안성시 ‘안성쉼터’ 배임 등에 대한 법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한편 윤 의원은 6개 혐의와 8개 죄명으로 지난 2020년 9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0일 “윤 의원이 정대협 법인 계좌에 보관하던 자금 총 1700여만원을 임의로 횡령한 사실은 인정되나 나머지 혐의는 검찰이 제시한 자료만으론 유죄 인정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