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前쌍방울 회장, 17일 귀국…철통보안 속 인계

by이재은 기자
2023.01.17 06:30:45

도피 8개월 만에 한국행
‘미끼차량’ 이용해 공항까지 호송
비행기 탑승 직후 기내서 체포영장 집행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한국에 도착한다. 그를 인계하는 과정은 한국과 태국 당국의 철통 보안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태국 경찰 이민국이 공개한 지난 10일(현지시간) 빠툼타니 소재 한 골프장에서 검거한 쌍방울 그룹 김성태 전 회장 검거 당시 모습. (사진=태국 경찰 제공)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가 탑승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이날 오전 0시 50분(현지시간) 이륙 예정이었지만, 지연으로 오전 1시 25분 이륙했다. 김 전 회장은 같은 날 오전 8시 4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이 여객기에는 양선길 쌍방울 회장, 김씨의 최측근 등도 탑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16일 오후 6일간 구금 생활을 하던 방콕 사톤 이민국 외국인 수용소에서 나와 오후 10시께 방콕 수완나품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오후 9시께 이민국 수용소에서는 경광등을 켠 경찰차 두 대의 호위 속에 호송차 한 대가 출발했고 김 전 회장이 탔을 것으로 추정돼 취재진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 차량이 공향 주변을 돌며 시선을 끄는 동안 실제 김 전 회장이 탄 차량은 다른 경로로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이민국 수용소에서 나오는 모습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으며, 방콕 공항에서도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된 별도 구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호송을 위해 한국에서 온 검찰 수사관들이 방콕 공항에서 김 전 회장을 인계받았고, 비행기 탑승 직후 기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국적의 선박 또는 항공기를 우리 영토로 적용하는 형법에 따른 조치다.



김 전 회장과 함께 검거된 양선길 쌍방울 회장도 이날 같은 절차로 한국에 도착한다. 이들은 한국 도착 직후 검찰 호송차를 타고 수원지검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는다.

13일 태국 경찰 이민국이 공개한 지난 10일(현지시간) 빠툼타니 소재 한 골프장에서 검거한 쌍방울 그룹 양선길 현 회장 검거 당시 모습 (사진=태국 경찰 제공)
앞서 김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등으로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중 지난해 5월 출국했다. 이후 지난 10일 태국 빠룸타니 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현지 이민국 검거팀에 체포됐다. 태국 이민국은 강제 추방 결정을 내렸고 김 전 회장은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포기하고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다.

태국에서는 지난 13일 긴급여권에 해당하는 여행증명서가 발급됐고 한국 검찰은 호송팀을 파견했다. 앞서 검찰은 횡령, 배임 혐의로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여권을 무효화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 등 혐의도 받고 있으며, 대북송금 및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비 대납 의혹 등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5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날 계기도 없고 만날 만한 이유도 없다”며 “이재명 때문에 내 인생이 초토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