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폭탄에도 집값 들썩이자…당정, ‘똘똘한 한 채도 중과세’ 만지작
by최훈길 기자
2020.06.25 05:00:00
與 “집값 잡는 수단 총동원”, 김현미 “다양한 준비”
“기재부안 미흡” 취득·양도·종부세 전방위 강화 검토
총선 이후 달라진 기류, 내달 정부 세법 개정안 확정
홍남기 신중론…퇴직·실수요자 부담, 경기위축 우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모습.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놓고 온도차를 보이던 홍 부총리와 김 장관이 이번에는 부동산 세제 강화를 놓고 신중론과 강화론으로 대비되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 제공 |
|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여당이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액 1주택 보유자에도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똘똘한 한 채’로 수억대의 불로소득을 얻는 등 규제 강화에도 부동산 투기가 계속되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4월 총선 때까지만 해도 과세 완화를 공언했던 만큼 ‘말 바꾸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소득이 없는 고령층 퇴직자나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살아나는 경기가 또다시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익표 의원은 통화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란 입장은 확고하다”며 “을지로위원회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도 당에서 충분히 검토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위원을 역임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을지로위원회 토론회에서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및 감면 혜택 축소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율 확대(최대 70→80%) 계획 철회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세·종부세 강화 등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 기준을 현행 보유 기간에서 실거주 기간으로 변경해 1주택자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안으론 미흡하다. 참여정부 당시 캐치프레이즈였던 ‘보유세 실효세율 1%’를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민간 보유 부동산 시가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율은 0.16%,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율은 0.8%로 1% 미만 수준이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토론회에서 △프랑스처럼 1주택자가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해 단기보유 주택 거래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싱가포르처럼 단기보유한 주택을 거래할 경우 양도세 중과 △영국처럼 주택 취득 이후 계속 거주한 경우 등에 한정해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당에선 이같은 내용을 반영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국회 기재위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1가구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기간 요건 추가 △보유기간 2년 미만인 주택 및 조합원 입주권의 양도세 인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대상 주택 대상에 분양권 포함 등이 담겼다. 해당 법안에는 민주당 고영인·김경만·노웅래·박성준·송영길·오영환·조오섭 의원 등이 공동 발의했다.
이 같은 방안은 기재부가 올해 추진하는 종부세 개정안보다 세 부담을 강화한 것이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작년 12월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종부세율을 높이되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공제율을 늘려 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개정안대로 통과되면 공시지가 10억원(시가 14억3000억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종부세를 연간 1만원 덜 내고, 공시지가 20억원(합산 시가 26억7000만원)의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42만원을 더 내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급한 대로 ‘앞으로 조금이라도 투기 소지가 있다면 다 잡겠다’는 게 정부 의중”이라며 “다주택자를 비롯해 1주택자까지 과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정책 기조를 보면 문재인정부 임기 중에 취득세 인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전반적인 세제개편 필요성에 대해 질문을 받자 “국토연구원이 다른 나라의 부동산 세제에 대한 연구 리포트를 발표한 것을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는 보다 더 다양하고 촘촘한 주택 관련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세법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이같이 부동산 과세를 대폭 강화하는데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로선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 상황부터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기재부는 내달 말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6.17 대책 발표 이후 기재부 차원에서 추가로 발표 준비를 하는 것은 현재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놓고 온도 차를 보이던 홍 부총리와 김 장관이 이번에는 부동산 세제 강화를 놓고 신중론과 강화론으로 대비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대책에 따른 성장률 등 거시경제 여파를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2%, 한국은행은 -0.2%, 기재부는 0.1%로 올해 성장률을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이후 최저치로 전망했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부동산 과세를 무리하게 강화하면 경기에 미칠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앞으로 코로나19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1주택자 등 부동산 과세 강화에 신중해야 한다”며 “일부 투기 세력을 막으려다 전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수요 1주택자에 대해선 부동산 세금을 면제하고 각종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 개정안과 더불어민주당이 검토 중인 부동산 과세 강화안. [출처=기획재정부, 더불어민주당,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 지난해 징수된 종합부동산세가 2005년 종부세 제도 시행 이후 가장 많았다. 헌법재판소가 이명박정부 때인 2008년 11월13일 세대별 합산에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2009년부터 종부세는 1조원대로 내려 앉았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종부세가 매년 증가세다. 징수액 기준으로 2005~2018년은 국세통계연보, 2019년은 결산 자료 참조, 단위=억원 [출처=기획재정부, 국세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