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재욱 기자
2020.05.12 02:30:00
자본시장법 개정안 106건 발의돼 77건 계류中
공매도 폐지부터 부분허용까지 모두 상임위 문턱에 막혀
"여야 합의하면 하루 만에 본회의 표결도 가능"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역대 가장 게으른` 20대 국회가 이대로 문을 닫으면 자본시장법 개정안 셋 중에 둘은 폐기된다. 공매도 폐지·제한을 포함한 투자자 보호 법안 여럿이 그대로 사장될 상황이다.
11일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0대 국회가 들어선 2016년 6월부터 이날까지 발의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모두 106건이다. 개중에 현재 소관위에 상정돼 계류된 법률안은 77개로, 전체의 72%가 처리를 대기 중이다.
뜨거운 감자는 공매도다. 제일 극단적인 `공매도 폐지` 법안(미래통합당 조경태)은 ‘차입 공매도를 법률로 금지해서 자본시장의 공정성·안정성 및 신뢰성을 제고하자’는 게 골자다. ‘공매도는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허락하고 코스닥 시장에서 금지’하는 법안(미통당 김태흠)은 절충안이다. ‘차입 공매도에 쓰인 대여 주식은 60일 안에 상환해야 한다’는 법안(미통당 홍문표)도 부분 허용 쪽이다.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존재하는 무차입 공매도 제재 법안도 다수다.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 사태가 발단이었다. ‘차입 공매도 현황을 금융당국에 보고’(미통당 이찬열)하고, 무차입 공매도로 수익을 얻으면 `150% 금액을 과징금 최대 2억원까지 부과`(미통당 김기선)하는 제안이 나왔다. ‘공매도 투자자의 주식 잔고를 파악해 무차입 공매도 사전에 차단’(국민의당 이태규)하자는 제안도 있다.
20대 국회 첫 공매도 관련 법안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11월 발의했다. 유상증자 하려는 상장사의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는 신주를 받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이런 회사 주식은 통상 증자 전후로 가격이 내려가는데, 이런 특성을 이용해 공매도를 한 뒤에 나중에 신주를 받아서 갚는 것을 막으려는 장치다. 반드시 성공하는 투자는 아니지만 개인이 소외돼 있으니 기관과 외국인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매도 법안은 전면 폐지부터 일부 허용 및 제한까지 다양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투자자를, 특히 개미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무위원회(소관위)를 넘지 못했다. 법안은 `소관위→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경로를 거쳐 제정되는데, 공매도 법안은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한 것이다. 공매도 폐해를 증명할 인과 관계가 없고, 순기능을 살리자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국회에는 자본시장의 사전 및 사후 질서를 바로잡을 다수 법안을 냈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허위·과장 광고와 불법거래를 처벌(미통당 지상욱)하고, 시장 질서 교란행위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벌(무소속 김관영)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차명 투자를 한 금융투자업자의 처벌 상한을 징역 3년에서 5년으로 상향(미통당 이찬열)하는 요구도 있다. 미공개 정보의 손해배상 청구 시한을 늘리는 방안(박용진)도 마찬가지다.
상장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제안도 뒤따랐다. 회계법인이 회계 감사를 맡은 기업 인수합병 관련 업무의 수행을 금지(박용진)하고, 사업보고서에 ‘임원 가운데 최대주주의 친인척 명단을 공개’(더민주 김해영)하라는 것이다. 임원의 불법행위 전력과 전과 사실을 사업보고서에 적시(민생당 채이배)하자는 요구도 있다.
현재 이런 법안을 처리하기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20대 국회 임시국회 개최는 사실상 이번 주가 마지막일 것으로 관측돼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별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정파적 갈등이 적어 합의까지 진통이 덜할 수 있지만, 민생 처리 법안보다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국회 의사국 관계자는 특정 법안을 전제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하루 만에 소관위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도 있고, 그런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