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화마'와 싸운 장병들…지역민 상처 보듬는 국민의 군대

by김관용 기자
2019.04.14 09:28:36

육군 22사단 장병들이 고성 지역 산불 관련 주민들의 안전과 추가 산불 피해 방지를 위해 잔불 정리와 피해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식목일 전후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10여일이 지났습니다. 4일 저녁 고성군 토성면의 도로변 전신주 개폐기에서 발화한 산불은 국지성 강풍을 타고 고성군 시내뿐 아니라 속초까지 번졌습니다. 초속 30m(시속 108km)에 이르는 강한 바람 탓에 초기 진화에 실패해 피해가 더 컸습니다.

강릉과 동해, 인제까지 피해를 입힌 이번 산불은 임야 1757ha(1757만㎡)를 태웠습니다. 서울 여의도 전체 면적의 6배가 넘는 크기입니다. 또 사유·공공시설 3398개소가 피해를 입었고, 539가구 1160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강원도내 산불로 인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번 화재 대응을 위해 우리 군도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화재 발생 2시간도 채 안된 4일 오후 9시 국방부는 재난대책본부를 꾸렸습니다. 야간시간인데다 거센 강풍으로 인한 전력 운용 차질로 다음 날 일출과 동시에 군의 화재진압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군이 보유하고 있는 소방차 26대와 헬기 32대가 긴급 투입됐으며 초기 수천명의 병력이 동원됐습니다.



해군 1함대 장병들이 산불 피해로 화재가 발생한 강원 망상지역 건물의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헬기가 바람도 세게 부는 화재 현장 상공을 비행하며 ‘벨리탱크’를 통해 물을 뿌리는 건 고도의 집중력을 요합니다. 전투화로 잔불을 밟아 끄는 것 역시 말처럼 쉬운게 아닙니다. 주말도 잊은 이들의 땀방울에 화마는 잠잠해졌고, 곧 이어 장병들은 피해복구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국민의 군대로서의 임무를 다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 모습이 연일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적에게는 한없이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여야 하지만,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는 제일 먼저 달려가 그들을 보듬고 위로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우리 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일까지 집계된 군 지원 현황에 따르면 투입 병력은 1만3570명에 달합니다. 육군 1개 사단 병력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소방차 46대와 수송차량 및 지휘·의무차량 등 405대의 군용 차량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또 산불진화헬기 23대, 물자수송헬기 10대, 물자수송 고정익 항공기 2대, 의무후송헬기 2대 등 37대의 항공기가 화재 진압 및 피해복구 작전을 펼쳤습니다. 현행 작전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가용 전력을 총 동원했다는게 국방부 설명입니다.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미 육군 2항공여단 크루날 모디 준위에게 박한기 합참의장을 대신해 강원도 지역 산불진화 작전에 대한 감사의 표창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특히 주한미군도 이번 재난 대처에 힘을 보탰습니다. 지난 5일 UHM-60 헬기 2대가 투입돼 물을 퍼올려 화재 현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6일에는 투입 전력을 두 배로 늘려 항공기 4대와 병력 21명을 지원했습니다. 이같은 화재 사고에 주한미군 전력이 투입된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청와대는 당시 언론 발표를 통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주한미군이 산불 진화에 기여함으로써 한미 동맹의 유대를 과시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강원도 주민들이 피해를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군은 대민 지원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번 산불 진화과정에서 우리 장병들이 보여 준 열정과 투혼에 박수를 보냅니다. 장병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지역민들로부터 무한한 신뢰를 얻고 국민을 위한 군 본연의 모습을 확인한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