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논평]이학재에게 시 읽어준 바른미래…“껍데기는 가라”

by조용석 기자
2018.12.22 07:00:00

알맹이 없는 껍데기 비유…‘떠나도 여파 없다’ 강조한 듯
정보위원장 사퇴 재차 요구…“자기 것이 아닌 것 놓고 가라”
강경한 이학재 “보수 결집 흠집내기 불과…사퇴 안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입당을 밝힌 이학재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및 입당 기자회견 후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의 거친 항의를 받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12월 셋째 주 여의도를 들썩이게 한 주요 사건 중 하나는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의 자유한국당 복당이었습니다. 3선 중진인 이 의원은 지난 18일 “한국당에 돌아가 보수의 개혁과 통합에 매진하겠다”며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당적을 옮겼습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이학재 의원 탈당 관련 단평’이라며 신동엽 시인의 대표작인 ‘껍데기를 가라’의 일부를 발췌해 낭독했습니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중략)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바른미래당이 떠나는 이 의원을 향해 굳이 이 시를 읊어준 이유는 탈당으로 인한 여파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이 의원을 중요한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에 비유, 떠나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평가절하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김 대변인은 원래 시에는 없는 “그리고 본래 자기 것이 아닌 것은 놓고 가라”는 한 줄을 마지막에 더했습니다. 이 의원이 원 구성 때 바른미래당 몫으로 받았던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직을 내려두고 가라는 얘기입니다.



이 의원은 탈당을 해도 상임위원장 직을 내려놓은 전례가 없었다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탈당 기자회견 때는 정보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에게 밀려 기자실로 급히 피신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습니다. 당적 변경 시 본인 사의가 없이 상임위원장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힘겨운 교섭단체 협상을 통해 정보위원장 자리를 받아온 바른미래당이 이를 쉽게 포기할 리 없습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 의원을 겨냥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지만, 절에서 준 이부자리까지 들고 가는 법은 없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평소 바른미래당에 민주평화당 성향 비례대표 3인의 당적을 풀어줄 것을 요구해온 평화당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목소리를 냈습니다. 문정선 평화당 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은 당장 평화당 비례의원 3인의 당적 정리부터 결단하시라. 비례대표의 인질극은 감춘 채 지금 이부자리 타령할 때인가”라고 비꼬았습니다. 바른미래당은 평화당의 요구에 대해 “생떼”라고 일축했습니다.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4당은 모두 이 의원이 도의적으로 정보위원장직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의원은 21일에도 입장자료를 통해 “전례와 국회법에 따라 정보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으로 저의 복당을 흠집 내는 것은 한국당 중심의 보수통합이 본격화 되는 것을 경계하는 세력의 정치공세”라고 사직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