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자산 디플레 시작…시장 점유율 높은 中기업에 투자를"

by김정남 기자
2018.11.05 05:00:00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
''중국경제 전문가'' 안유화 교수
부동산에 몰렸던 돈이 돌지 않아
중국 우량기업 가치 함께 떨어져
소비업종 상장기업 인수할 기회
미국·중국 패권다툼 50년 갈 것
다만 단기적으로 타협할 여지 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중국을 떠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숙명과도 같은 관계”라고 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선택적 관계인가, 아니면 운명적 관계인가. 지난 5000년, 애증(愛憎)의 역사는 후자 쪽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중국을 떠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숙명이지요.” 연초 3348.33포인트에서 2542.10포인트(지난달 29일 기준)까지 급락한 상하이 증시.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6.5%까지 떨어진 3분기 성장률. 중국 경제의 ‘이상 조짐’ 우려가 한창 쏟아졌던 지난 1일, 안유화(47)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와 만났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다.

인터뷰 1시간30분여, 그의 얘기는 미·중 무역전쟁부터 자산 디플레이션까지 넘나들었다. “무역전쟁은 최소 50년은 갈 싸움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타협 여지가 있다”는 식이었다. 무역전쟁이 중국발(發) 자산 디플레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그는 “지금 중국에서 부실채권비율(NPR)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한꺼번에 터지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 경제, 나아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안 교수의 우려는 생각보다 더 깊었다.

-미·중 무역전쟁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다.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다. 적어도 50년이다. 무역 패권에 더해 미래기술, 기축통화, 군사력, 해상영토까지 걸린 매우 복잡한 싸움이다. 지금 중국을 잡지 않으면 미래에 힘들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IT업계에서 이미 중국 굴기는 유명하다.

△화웨이를 보자. 이 회사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인 5세대(5G) 표준을 이끌고 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 기술은 미국보다 6개월 앞서 있다. (유럽통신표준기구에 따르면 화웨이는 5G 핵심기술인 폴라 코드(Polar Code) 분야에서 전체 특허의 49.5%로 1위다.) 그런데 북미와 유럽 국가들은 화웨이와 거래를 안하기로 했다.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제조 2025’도 견제하는 것으로 안다.

△중국 제조 2025는 산업 고도화정책이다. 5G 기술만 봐도 중국은 너무 빨리 치고 올라오고 있다. 미국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단기적으로도 타협의 여지는 없는가.

△아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두 나라가 협력할 공간이 크다. 일정한 시점에 타협할 것으로 본다. 미국이 보기에 중국은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고, 중국이 보기에 미국은 반도체 등 핵심기술을 많이 가진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무엇인가.

△미국은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때리는 것은 자산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다. 전세계가 중국을 불안하게 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미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집값은 떨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상하이의 9월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3.0% 내렸다.) 놀라운 건 미국은 중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자산을 값싸게 사들이자는 게 진짜 목적이다.

-자본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4월 보아오포럼에서 자본시장 개방을 천명했다. 미국의 요구는 그보다 더 빨리 하라는 것이다.

-중국은 타협 의지가 있는가.

△시 주석도 미국과 합작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다. 대만과 밀착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지 않는 등 몇몇 조건만 들어준다면 말이다. 얼마 전 만난 중국 당국의 한 고위인사는 ‘어쨌든 더 많이 내줄 수밖에 없지만 대외적으로는 윈윈으로 보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하더라. 특히 중국 경제가 어려워져 6% 성장도 못하는 상황이 되면 큰 일이다. 이런 분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중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5년 전부터 돈을 왕창 찍어냈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시중통화량(M2·광의통화)과 부동산가격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돈이 부동산에 몰려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가 안 좋아지니 부동산이 이 가격에 팔리지 않는다. 부동산이 돈을 쥐고 있으니 돈이 안 도는 시장이 돼버렸다.

-자산 디플레이션 조짐이라고 봐도 되나.



△자산 디플레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의 한 지인은 집이 지금 11개다. 그런데 자기 돈 주고 샀겠나. 80%까지 대출로 매수했다는데, 지금 대출이자를 6개월째 못 갚고 있다. 더 웃긴 건 은행도 차압을 못하고 눈 감아주고 있다는 거다. 은행장 목이 날아갈 수 있는 문제여서 그렇다. 지금 중국에서 NPR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중에 한꺼번에 터지면 정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뉴욕 집값도 요즘 하락한다고 한다.

△중국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호주 등에 나갔던 중국 자본이 지금 매물을 팔고 있다. 중국 내에 돈이 말라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당연히 해당되는 얘기다. 최근 글로벌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게 중국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된다.

-중국의 각종 완화책이 안 먹히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

△부동산이 돈을 끌어안고 있어서다. 중국이 원하는대로 4차 산업 쪽에 돈이 잘 안 풀리고 있다.

-중국발 위기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2008년 위기는 미국이었고, 2012년 위기는 유럽이었다. 이때 가치가 떨어진 미국과 유럽의 자산을 중국이 사들였다. 이제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기니 한꺼번에 자산 디플레가 오고 있다. 중국 경제 자체도 문제인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더 떠미는 형국이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5000년 역사를 보라. 한국은 중국을 떠날 수 없다. 그러려면 미국처럼 중국 땅에서 기회를 노려야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최우선 과제가 금융이다. 중국에 자산 디플레가 오면 우량기업 가치도 함께 떨어진다. 이럴 때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 한국은 기술은 좋지만 시장이 크지 않아서 성장이 어렵다. 그러면 중국 내 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사면 된다. ‘PIPE(상장기업 집중투자·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를 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 오고 있다. 특히 14억 시장을 상대로 하는 소비업종을 눈여겨 봐야 한다.

-중국 소비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중간재 수출은 이제 기존 경쟁력으로는 힘들다. 반도체는 5년 정도는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은 이미 위험하다. 부품 중간재 수출이 아니라 최종 소비재 수출로 가야 한다.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시장 규모는 지난해 전세계의 10.5%로 29.5%의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현재 한국의 대응은 어떤가.

△중국 땅에서는 내년과 내후년이 관건이다. 엄청난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 미국 자본도 대거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그런 움직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번에도 기회를 눈 앞에서 놓칠 것이다. 또 중국이 세계적인 소비지출국으로 뜨는 데도 한국 업체들은 중국 시장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랜드 외에는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

-중국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이제 한국 대기업이 직장을 주는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미국에 익숙한) 한국의 기득권들은 아직도 옛날 속에 살고 있다. 결국 피해 보는 건 젊은이들이다.

△1971년생 △길림화공대 화학공정학과 학사 △중국 상하이 푸단대 경제학 석사 △고려대 경영학 박사 △중국 연변대 경제학 교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예탁결제원 객원연구원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간재 수출은 이제 기존 경쟁력으로는 힘들다”며 “반도체는 5년 정도는 앞설 수 있겠지만,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은 이미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사진=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