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탁월한 거시분석가’ 임지원 韓銀 금통위원 내정자

by박일경 기자
2018.05.04 06:00:00

JP모간 20년 근무 ‘글로벌 네트워크’ 탄탄
금통위-금융시장 ‘소통의 벽’ 허물 적임자로
데이터에 강한 거시경제 전문가
정희전 前 금융시장국장과 동문…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문 역할도
이성남 이어 두번째 女 금통위원…男학자 위주 금통위에 활력 기대

임지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내정자는 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20년간 금융투자업계에 몸담은 경험을 살려 금융통화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뭔지 고민이 많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조선일보 제공)
[이데일리 박일경 김정현 기자]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은행연합회가 추천한 임지원(54)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은 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절차가 남아 정식 임명되기 전이라 무척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20년간 금융투자업계에 몸담은 경험을 살려 금융통화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뭔지 고민이 많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지원 내정자를 금통위원으로 임명하면 이성남 전 통합민주당 의원에 이어 두번째 여성 금통위원이 된다. 임 내정자는 오는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함준호 금통위원의 후임이다.

임 내정자는 외국계 투자은행(IB)업계에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에 오르는 첫번째 사례다. 첫 여성 금통위원을 지낸 이성남 전 의원과 같이 외국계 금융기관 출신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거친 이 전 의원과 달리 순수 민간이라는 면에서 다르다.

임 내정자는 여러모로 이 전 의원과 닮은꼴이라는 평가다. 이 전 의원이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씨티은행 한국영업담당 총지배인과 한국재정담당 수석을 역임했는데 임 내정자도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JP모간 서울지점 수석으로 근무 중이다. 이를 두고 현재 금통위가 50대 남성 경제학자 위주로 구성된 까닭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감안한 인선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 지적대로 일단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전문성을 갖췄다면 남성이냐 여성인지는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라서 안 될 것은 없고 다양성 측면에서 더 좋은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1964년생인 임 내정자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마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6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을 맡았다. 1998년 JP모건 홍콩지점으로 직장을 옮겼고 1999년부터 JP모건 서울지점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담당했다.

복수의 전·현직 한은 관계자 말을 종합해 보면 임 내정자는 조사 역량이 필수인 한은의 업무 특성상 데이터 분석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녔으며 금융시장에 대한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세평이다. 임 내정자의 거시경제 전문성에 대해서는 토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경제지표뿐 아니라 한은 총재 발언의 숨은 의중을 파악하는 통찰력이 남다르다는 평도 듣는다.

임지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후보자가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 사무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JP모간 제공)
임 내정자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한은 통화금융연구회 운영위원으로, 작년 3월부터는 한은 통화정책 자문회의 의원으로도 각각 활동 중이다. 하지만 한은과의 인연은 10여년 이상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내정자를 잘 안다는 금융권 인사는 “정희전 전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이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으로 있을 때 국내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 동향 점검을 위해 임 내정자에게 수시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임 내정자와 정 전 사장은 노스캐롤라이나대 동문수학한 사이로 전해진다.

임 내정자는 유년 시절 음악·미술 등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서울예고에 진학한 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경제학에 뒤늦게 흥미를 느껴 이코노미스트로 진로를 바꿨다. 미국 유학 당시 예고 때 전공을 살려 교회 피아노 반주자로 노스캐롤라이나대에 공부하러 온 정부와 한은 출신 공직자들과 교분을 쌓았다는 전언이다. 임 내정자는 정부 및 한은의 정책결정자들과 네트워크가 폭넓은 편이다.

임 내정자의 IB 이코노미스트라는 부분은 그동안 한은 금통위 약점으로 지목됐던 시장과의 소통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IB에서 한국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20년 동안 고위직으로 근무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강점도 있다.

다만 임 내정자가 근속한 JP모간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주요주주이자 글로벌 투자시장의 ‘큰손’이어서 한은 금통위원으로 재직하기엔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부 제기된다.

임 내정자는 “JP모간의 복무에 관한 내부규범에 따르면 매크로 이코노미스트인 본인은 거시경제에 대한 의견만 진술할 수 있으며 여러 부서 실무자들과 회의를 하더라도 거래(딜)와 관련된 논의가 나올 때에는 퇴장하게 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규를 철저히 준수하지 않았다면 JP모간에서 그토록 오랜 기간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해상충에 있어 저에게 향하는 비판은 다소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시장에서 오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며 “외국계 IB라 이해상충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임 내정자가)와서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면 될 것”이라면서 임 내정자에게 “축하한다”는 뜻을 전했다.

▶△1964년생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제학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서울시 재정투융자기금 운영심의회 위원 △국회예산처 거시경제부문 자문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現 기획재정부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위원 △現 한국은행 통화금융연구회 운영위원 △現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회의 의원 △現 국민경제자문회의 의원 △現 제이피모간체이스은행 서울지점 수석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