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큰사전·만월대 공동발굴…南北문화교류도 가속화

by장병호 기자
2018.04.30 05:30:00

'판문점 선언' 각계각층 교류 활성화 담아
문체부, 바로 추진 가능한 교류 사업 점검
문학·예술 교류도 본격화…실무접촉 대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맞잡은 손을 높이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남과 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올해 초 예술단공연 등으로 재개한 남북문화교류도 보다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동안 중단됐던 사업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28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도종환 장관 주재로 남북정상회담 후속대책회의를 열고 당장 추진 가능한 남북교류 사업을 점검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아시안게임 공동 참가 등 체육 분야 교류와 함께 문화예술 분야 교류를 위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이달 초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 때 도 장관이 북측에 제안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 유물전과 북측에서 제안한 ‘통일문학’ 관련 문학교류 등이 가장 빨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이 우선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의 언어통일을 목적으로 남북한 국어학자들이 공동으로 만드는 국어대사전이다. 2004년 4월 남북이 편찬의향서를 체결한 뒤 2005년 2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25차례 회의를 열고 편찬작업을 이어왔다. 그러다가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들면서 2015년 12월 사업이 중단됐다.



편찬사업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북측에서 연락을 해와 사업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한용운 편찬실장은 “추후 북측과 실무접촉을 해봐야 알겠지만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남북 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78% 정도 작업을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2015년 이후로 남북공동 발굴 사업이 중단돼 있는 개성 만월대 전경(사진=문화재청).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인 만큼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과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 유물전도 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 궁궐터를 통칭하는 만월대 공동발굴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총 7차례를 진행해 왕실의 제사공간인 경령전과 정무 공간인 건덕전을 비롯한 39여동의 건물지, 대형축대 2개소, 대형계단 2개소, 용두·기와·도자기 등 1만 6500여 점의 유물을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화재 공동발굴을 포함해 남북 간 문화재 보존·활용과 협력에 대한 협의를 적극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은 오는 12월 말 개최 예정인 만큼 준비기간은 충분한 상황이다. 북측이 소장한 고려유물이 함께 참여할 경우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대고려전’의 북측 참여에 대한 준비는 아직 없다”면서도 “만약 북측이 소장한 고려 유물이 전시에 참여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학과 예술 교류도 본격화한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결성한 남북한 문학작가 모임인 ‘6·15민족문학인협회’가 발간해온 문학잡지 ‘통일문학’의 재발간을 추진한다. 남한 예술단의 평양공연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안한 가을공연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교류 중에선 그동안 중단했던 사업이 가장 빨리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며 “남북교류협력특별전담반 TF를 통해 앞으로 있을 실무접촉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