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부동산톡] 무권대리인 및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에 대하여

by양희동 기자
2018.04.14 05:00:00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부동산매매계약시 당사자 본인이 아닌 대리인과 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대리인이 당사자 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지 못했다면 무권대리가 되어 원칙적으로 무효가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무권대리행위를 당사자 본인이 추인하거나 표현대리에 해당하면 유효하게 되는바, 이번 시간에는 무권대리인 및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대리란 타인(대리인)이 당사자 본인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를 하거나 의사표시를 수령함으로써 그 법률효과가 직접 당사자 본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타인(대리인)이 한 법률행위(대리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려면, 대리인에게 본인을 대리하여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 즉 대리권이 있어야 하고, 대리인의 법률행위가 그 권한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대리인의 의사표시가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여 행하여져야 한다. 이러한 요건들이 갖춰지면 대리행위는 직접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대리권을 받지 않았음에도 대리권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법률행위나, 대리권이 있더라도 그 범위를 넘은 대리행위의 효과는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바, 이렇게 대리권 없이 대리행위가 행하여진 경우를 무권대리라 한다.

이때, 무권대리행위라도 당사자 본인에게 유리할 수 있으므로, 당사자 본인은 이를 추인하여 당사자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하게 할 수도 있다. 당사자 본인이 추인하면 무권대리행위는 원칙적으로 소급하여 유효하게 된다(민법 제133조).

추인에는 특별한 방식이 요구되지 않고 묵시적 추인도 가능한데, 묵시적 추인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럼에도 진의에 기하여 그 행위의 결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관계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9다37831 판결).

한편, 상대방이 계약당시에는 무권대리인과 계약했다는 것을 몰랐으나, 나중에 알게 된 경우, 당사자 본인의 추인이 있기 전에 또는 당사자 본인이 추인을 하였더라도 상대방이 알기 전에, 상대방은 무권대리인과 사이에 맺은 계약을 철회하여 확정적으로 무효화 시킬수도 있다.

상대방이 철회권을 행사하면, 무권대리행위가 확정적으로 무효로 되고, 그후에는 당사자 본인이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할 수 없다.

한편, 대출거래약정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작성하면서, 당사자 본인의 대리인이라 주장하지 않고, 당사자 본인 행세를 하면서 당사자 본인의 서명을 위조하는 경우는 무권대리가 아니라 무권리자의 법률행위가 되는데, 무권리자의 법률행위도 당사자 본인이 추인시 소급하여 유효하게 되며, 무권대리의 추인에 관한 민법 제133조의 법리를 무권리자의 추인에 유추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17다3499 판결).

실제 사안에서 무권대리행위에 대해 추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는 문제인데, 아래에서 판례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다.

① 무권대리행위에 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에 추인이 인정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예를들어, 무권리자가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후 매매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당사자 본인이 상대방 또는 무권대리인으로부터 받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무권리자인 종중 명의로 그것도 대표자로 사칭한 자에 의하여 부동산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진정한 소유자가 그 권리자임을 주장하여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직접 수령하였다면 위 매매계약에 따른 처분행위의 효력이 소유자에게 미치고, 따라서 소유자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발생한다.”고 하였다(대법원 91다15584 판결).



② 무권대리행위에 기한 의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행위를 한 경우 추인이 인정된다. 그리고, 당사자 본인이 무권대리행위의 상대방에게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③ 무권대리행위에 기한 의무의 이행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기한유예를 구하거나, 의무이행에 관하여 별도의 합의를 한 경우에도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④ 한편, 무권대리행위 사실을 알고도 이의제기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입장이다.

판례에 의하면, 무권대리행위가 범죄가 되는 경우에 그 사실을 알고도 장기간 형사고소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묵시적 추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고(대법원 97다31113 판결), 또한 권한 없이 종중땅을 타인에게 매각처분한 사실을 알고서도 종중측에서 10년이 넘도록 형사고소나 원인무효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 등 소유권회복을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문장을 비롯한 여러 종중원들이 그 동안 종중땅 처분행위를 생활이 곤란해서 그런 것이라고 수차 이해하여 왔다는 등의 말을 했다는 사유만으로는 종중이 위 종중재산 처분행위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 있다(대법원 90도2190 판결).

☞김용일 변호사는?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 사법연수원 34기(사법고시 2002년 합격)

-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