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부담금이 강남 아파트 한채 값?… 조합 '부글부글'

by김기덕 기자
2018.01.23 05:30:00

부담금 규모 감안하면 준공 후 시세 급등해야
국토부, 집값 안정 정책 실패 스스로 인정한 꼴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 대단지 아파트 조합 '불만'
"근거없는 데이터 기반한 겁주기식 발표 못 믿어"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요즘 조합원들이 까막눈도 아니고…. 재건축 부담금 규모가 이 정도면 누가 사업을 진행합니까?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계속 뛰니 (정부가) 매수세를 꺾으려고 협박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 강남구 반포동 A단지 재건축 조합장)

국토교통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재건축 예상 부담금(재건축 단지 조합원당 평균 초과이익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단지 중 조합원 1인당 최고 부담금 예상치(8억4000만원)가 조합 측이 자체적으로 추산한 결과와 최소 4배 이상 간극이 벌어져 과열된 재건축 아파트값 급등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엉터리 셈법’이라는 지적이일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준공 후 아파트 시세가 크게 오를 것을 가정한 결과다. 이에 따라 고강도 재건축 규제를 내세워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고 장담한 정부가 스스로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재건축 산정 방식 ‘깜깜이 정보’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이번 재건축 부담금 산정 발표가 최근 과열된 서울 강남 집값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강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한달에 한번 꼴로 규제를 쏟아냈지만,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해 16%나 뛰었다.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조합원 지위(입주권) 양도 금지 및 재당첨 제한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최근 재건축 연한 및 안전진단 강화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서울 주요 재건축 20개 아파트 단지 부담금 시뮬레이션 결과(조합원 1인당 평균 3억7000만원·강남4구 4억3900만원)를 내놓았다. 앞으로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시세 상승이 지속되면 부담금 수준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부담금 산출 주요 근거인 재건축 개시·종료시점 주택가격과 개발비용,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히 시장에 충격을 줄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며 “부담금 자체가 사후적 비용이지만 사전적으로 부담금을 제시함으로써 조합원 간 갈등을 부추기는 등 사업 진행 자체를 늦추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은 재건축 아파트 준공 후 가격(조합원 분양가+일반분양가+소형임대 주택가격)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일 당시 공시가격 및 개발비용(건축비),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주변 시세 상승분)을 제한 금액이다. 다만 강남 재건축시장에서는 사업 기간이 10년 이상 지체된 곳이 많아 예외적으로 입주 시점으로부터 10년 전 가격을 개발이익 최소 기산일로 잡아 부담액을 계산한 곳이 많다. 만약 국토부 해석대로 최고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이 나온다는 것은 역산하면 재건축으로 인한 초과이익이 17억5000만원이나 된다는 뜻이다. 세금으로 내는 부담금 규모만 최근 급등한 강남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8억669만원)에 육박하지만 이에 대한 합당한 설명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표본 조사한 재건축 단지에는 가구 수가 적고, 시세 상승이 크지 않은 곳들은 제외한데다 10년 전 집값이 급락한 2012년 전후를 기점으로 잡으면서 부담금이 크게 나온 것 같다”며 “정상 주택가격 상승 역시 두가지 계산 방법이 있는데 단지가 속한 지역구 주변 아파트 시세 상승을 반영하지 않고, 그 보다 상승률이 낮은 정기예금이자율에 연동해 부담금 규모를 크게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겁주기식 일방적 내용” vs “부담금 더 클 수도”

업계에서 꼽는 재건축 부담금 규모가 가장 큰 단지는 단지 수가 많고 그동안 시세 상승이 가팔랐던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3주구),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다.



그러나 해당 조합이 예상했던 재건축 부담금과 정부의 예상치와는 간극이 상당하다. 다음달 관리처분(일반분양)계획 인가를 신청할 예정인 반포주공1단지(3주구) 조합은 재건축 부담금 규모를 약 950억원(조합원 1가구당 6500만원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총회 당시 10년 전 시세를 역산해 부담금을 계산한 결과, 조합원에게 공개한 1인당 환수금 규모가 1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면서 “국토부의 발표대로 라면 애초부터 재건축 동의율을 채우기도 힘들어 사업 진행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역시 조합 내부적으로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이 단지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내부적으로 계산한 재건축 부담금이 최대 2억원 수준”이라며 “겁주기식으로 금액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국토부에 대한 내부 불만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부담금 규모에 해당하는 각 단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실제 시장 시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였다”며 “올 5월에 첫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 통지가 이뤄지는 결과를 보면 (부담금 예상치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