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그레이트 CJ' 꿈…대규모 M&A로 시동건다
by함지현 기자
2018.01.11 06:00:00
M&A로 ''사업 확장·경쟁력 강화'' 두 마리 토끼잡기
이례적으로 M&A 담당 임원 둘 정도로 M&A 강조
올해 식품·물류 중심 투자 전망…이재현 회장 복귀로 힘 받아
| 이재현 CJ 회장이 지난해 5월 17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통합 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식수를 마친 뒤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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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지현 기자]CJ(001040)가 올해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낸다. 사업 확장과 경쟁력 강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성과가 바로 나타날 수 있는 물류와 글로벌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식품 분야가 우선순위다.
이재현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는 점도 대규모 M&A를 노릴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는 해외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기 위한 해법으로 M&A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CJ는 2030년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월드 베스트(World Best) CJ’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 현지에서 손꼽히는 회사를 인수해 연착륙하는 전략은 이전부터 진행해왔다.
지난해만 해도 CJ제일제당이 브라질 셀렉타 고단백소재 생산업체인 셀렉타를 3600억원에 인수하며 브라질 진출을 본격화했다. 베트남 식품업체인 밋닷푸드(150억원)와 러시아 식품업체 라비올리(300억원)도 사들였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베트남 물류업체인 제마뎁을 1000억원에 인수하면서 CJ제일제당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인도 다슬로지스틱스(570억)와 UAE 이브라콤(770억)도 인수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국내외에서 투자를 이어가며 사업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CJ제일제당은 10일 미국 아이오와(Iowa) 공장에 총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사료용 아미노산 ‘쓰레오닌’의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세계 3대 쓰레오닌 시장인 북미를 집중 공략해 2021년까지 아지노모토와 CJ제일제당 2강 체제로 시장을 재편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충청북도·진천군과 대규모 식품기지 확장을 위해 송두산업단지 추가 투자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CJ는 M&A를 통해 외연 확장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의 경쟁력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큰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M&A가 가장 빠른 해법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CJ는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겠다는 ‘그레이트(Great) CJ’를 강조해왔다.
한 예로 CJ CGV는 베트남 1위 멀티플렉스 메가스타와 터키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 등을 인수·합병하면서 해외 스크린 수를 늘려왔다. 2015년 850개이던 해외 스크린은 2017년 1855개를 넘어 지난해 3분기까지 2137개로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매출 역시 약 20%씩 늘어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재현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는 사실이다. M&A는 특성상 일시적으로 적자가 날 수도 있는 만큼 오너의 결심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CJ그룹은 지난 2010년 1조3200억원, 2011년 1조7000억원, 2012년 2조9000억원 등 M&A를 비롯한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그러나 이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하며 투자 실적이 감소한 바 있다. 2013년에는 계획대비 20% 미달한 2조6000억원, 2014년에는 계획대비 21% 부족한 1조9000억원을 투자하는데 머물렀다. 2015년에는 2011년 수준인 1조7000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단행한 인사에서는 M&A를 전담하는 임원으로 윤상현 상무를 승진, 임명했다. 모든 기업이 M&A 업무를 진행하지만, 담당 임원을 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부서를 통해 향후 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오너가 직접 국제적 교류를 통해 M&A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 9일 아랍에미리트(UAE)의 2인자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났다. 10여년을 알고 지낸 사이인데다 UAE에서 케이팝(K-POP)의 인기가 높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M&A와 관련한 언급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UAE의 중동·중앙아시아 지역 중량물 물류 1위 물류업체인 이브라콤을 인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CJ의 M&A가 물류와 식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한다. 물류는 현지 업체를 인수하면 해당 업체의 물량을 흡수하기 때문에 바로 실적이 나온다. 식품은 CJ가 글로벌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업이다. 두 사업은 서로 시너지 효과도 크다.
CJ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나 CJ제일제당의 경우 그룹의 주축 사업인데다 성장 여력도 있다”며 “물류와 식품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M&A 하기에 적합한 매물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