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대 격변의 산업]"美공장을 어찌할꼬"..삼성·LG '동병상련'

by윤종성 기자
2017.01.20 06:00:00

美 근로자 시급이 멕시코 일당과 맞먹어
가전수요 예측 힘들어..공급과잉 올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사진=AFP)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미국 내 가전공장 건설을 두고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두 회사는 열심히 주판알을 튕겨 보지만, 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임 대통령의 관세위협에 못 이겨 미국에 공장을 짓자니 과잉 투자가 우려되는 상황. 그렇다고 트럼프의 요구를 무시하기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19일 “미국 공장 설립을 할 지 말 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공장 건설 검토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미국에 가전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미국 공장 건설 시 실익을 따져봐도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공언한 35%의 징벌적 관세를 물더라도 기존 멕시코 공장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삼성, LG가 가장 고민이 깊은 부분은 미국의 높은 ‘인건비’다. 미국 공장 노동자의 시급(1시간 임금) 20~25달러는 멕시코 노동자의 일당과 맞먹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멕시코 등지로 생산거점을 옮긴 이유도 비싼 인건비 때문이었다.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에 기대 이윤을 남겼던 삼성, LG로써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인건비가 적잖은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두 회사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새 공장을 준공하는 데에는 통상 3년 이상 소요된다. 3년 뒤 북미 지역 가전 수요가 어떻게 움직일 지 모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기조에 맞춘다고 무턱대고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맞는 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의 경우 반도체나 휴대폰처럼 권위있는 시장조사기관조차 없다”면서 “3년 뒤 시장 수요를 예측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불구속기소 됐지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삼성전자는 LG전자보다 더 난처하다. 공장 건설과 같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 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컨트럴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어졌다”면서 “M&A, 신규투자와 같은 중차대한 결정은 당분간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투자도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삼성, LG가 ‘미국 공장 카드’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지금처럼 미국에서 제품 판매만을 고집하다가는 징벌적 관세 외에도 유·무형의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 회사는 가전 매출의 30%가량을 북미 지역에서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트럼프 기조에 맞춰 미국 공장 설립에 대해 운은 띄웠지만, 아직은 눈치보기 수준에서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라며 “상황에 따라선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