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청원·최경환, 아직도 미련이 있는가

by논설 위원
2017.01.06 06:00:00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내부에서 인적 청산을 둘러싸고 ‘악성 종양’이라느니 ‘할복’, ‘김정은 식 숙청정치’, ‘거짓말쟁이 성직자’라는 등의 거친 표현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히 ‘막장 드라마’를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다. ‘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줄기차게 다투다 끝내 갈라서는 바람에 제2당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고도 정신 차릴 기미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누가 옳으냐 그르냐는 차치하고 뒷골목 조폭들 사이에서나 나옴직한 막말도 서슴지 않는 구태정치가 재연되는 중이다.

쟁점은 친박계의 핵심인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의 탈당 여부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연말 취임하자마자 이들 두 사람을 인적 청산의 표적으로 지목해 스스로 탈당하라고 압박했다. 인 위원장과 서 의원은 이 과정에서 온갖 감정적인 언사를 주고받으며 불신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당 안팎에서 ‘제2의 분당’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새어 나오는 이유다.

서 의원이 ‘국회의장 밀약’, ‘위장 탈당’ 의혹 등을 폭로하며 역공을 시도했으나 대세는 이미 기울어진 분위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어제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이 비상상황에서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부 사람들이 아직도 기득권에 연연하거나 당원들의 염원을 알지 못하고 결단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두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정갑윤·홍문종 의원을 비롯한 친박 중진 일부와 당 지도부 20여명이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위임했다. 초선의원들과 원외당협위원장들도 인적 청산론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과 서 의원의 이전투구 다툼을 놓고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쇼’가 아니냐며 설왕설래하지만 나라가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집권당을 국민이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다. 더구나 제20대 국회 최다선(8선)에 당대표까지 지낸 서 의원이 지난 4·13 총선 참패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에도 ‘나 몰라라’ 한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차제에 서청원·최경환 의원뿐만 아니라 친박의 핵심인 ‘진박(眞朴)’들도 모두 제 발로 걸어 나가는 것이 옳다. 쫓겨날 때까지 버틸 수는 있겠지만 기다리는 건 공멸뿐이다. 국민들이 기대를 저버린 집권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는 사실을 왜 깨닫지 못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