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문화나들이④ "추석에 더바쁜 소리꾼…조상님 이해할듯"

by이윤정 기자
2015.09.25 06:17:00

서도소리 명창 유지숙
개별무대·민속악단 공연으로 바쁜 명절
'한가위 명인전' '한가위 국악으로 놀아보세' 등
"명절에 바쁜건 전통공연 예술인 숙명
흥 즐기는 관객보면 힘든 마음 사라져"

유지숙(앞줄 가운데) 서도소리 명창(사진=국립국악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 매년 이때만 되면 더욱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10여년간 명절마다 공연을 올려온 유지숙(52) 서도소리 명창이다.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장을 맡고 있는 유 명창은 오는 추석에도 개별 무대와 민속악단의 공연준비로 바쁜 명절을 맞을 예정이다. 유 명창은 “결혼을 하고도 늘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명절에 가족모임에 참석하면 오히려 ‘올해는 공연이 없느냐’고 걱정한다”며 “가족의 배려로 관객에게는 즐거운 공연을 선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올해도 유 명창은 추석 당일인 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여는 ‘한가위 명인전’ 무대에 오른다. ‘비나리’ ‘동해안별신굿’ ‘줄타기’ 등을 볼 수 있는 연희마당과 ‘태평무’ ‘시나위 합주’ ‘판소리’ 등을 만끽할 수 있는 풍류마당으로 구성한 특별공연이다. 유 명창은 이번 공연에서 국악의 길을 함께 걷는 부군 최경만 피리 명인의 연주에 맞춰 ‘서도민요’를 부른다. 추석 다음날인 28일에는 국악방송 주최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백결공연장에서 여는 ‘한가위 국악으로 놀아보세’에 나선다. 유 명창은 이 무대에서 ‘개성난봉가’ ‘자진난봉가’ 등을 부를 예정. “서울에서 공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경주로 내려가야 한다. 명절이라 KTX 표가 없더라. 운전을 해서 갔다가 새벽에 올라와야 할 것 같다.”



유 명창은 민속악단이 26일과 27일 양일간 서초동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에서 올리는 ‘한가위 둥근달’도 챙겨야 한다. 흥겨운 전통연희와 민요를 즐기도록 꾸민 공연에선 ‘추석달’ ‘방아타령’ ‘남도 들노래’ 등을 들을 수 있다. 아슬아슬한 재미가 쏠쏠한 권원태 명인의 줄타기와 민속악단 연희부의 판굿도 흥을 돋울 예정. 이외에도 송편 맛보기와 강강술래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유 명창은 “관객이 함께 일어나 즐길 수 있는 신명나는 노래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이니만큼 가족단위로 전통공연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야외무대서 흥을 즐기는 관객을 보면 힘든 마음도 사라진다. 유 명창이 수년간 명절연휴를 반납하고 공연에 참여하는 이유기도 하다. “추석에는 사람들의 마음도 풍요롭고 너그러워진다. 야외에서 많이 하는 국악공연에서는 관객들이 열려 있는 축제에 온 것 같은 마음으로 함께 즐긴다. 공연의 판을 여는 예술인의 마음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

명절에 더 바쁜 건 전통공연을 하는 예술인의 숙명이라고 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예술인 노동자’라고 한다. 즐거운 비명이다. 차례상을 직접 차리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국악을 전하는 일이라면 조상님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