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준형 기자
2013.01.09 07:58:12
[이데일리 안준형 기자] 장면 하나. 2010년 5월. 카지노 업계 사람과 점심을 같이했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다, 귀가 솔깃한 얘기가 나왔다. 카지노에서 무조건 돈을 따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돈을 잃으면 다음 판에 그 두 배를 거는 간단한 방법. 첫 판에 100원을 잃으면, 다음 판에 200원을, 그 다음엔 400원을 걸란 얘기다. 대신 이기면 무조건 손을 털고 나와야 한다. 피식. 손에 쥐었던 일확천금을 잃어버린 듯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큰 돈 있고 자제력 있는 사람이 몇 있겠냐며 반박했다. 정곡을 찌르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결국 카지노가 이긴다고. 개인과 카지노는 49대 51의 싸움을 벌이고 있고, 결국 절반에서 하나를 더 가진 카지노가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 했다.
장면 둘. 2011년 3월. 증권사 임원과의 식사 자리. 주식도 결국 도박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고, 일 년 전 카지노 업계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20년 넘게 증권사를 다닌 임원은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이번에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운을 뗐다. 역시 방법은 간단했다. 첫 거래에 모든 것을 거는 올인. 주식은 확률 싸움이라 거래가 늘수록 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초심자의 행운’에 기대 첫 거래에 올인하고, 주가가 오르면 털고 나오라 했다. 거래가 늘수록 이길 확률은 낮아지고, 수수료는 늘어나니 결국 개인은 지리멸렬한 전투의 패잔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비법’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들린다. 카지노는 갈 때까지 가보잔 식이고, 주식은 첫판에 다 걸기다. 하지만 핵심은 서로 통한다. 이겼을 때 무조건 털고 나와야한다는 점이다.
자제력이 없다면 카지노나 주식에서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제력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짜릿한 손맛, 일확천금의 달콤한 환상, 본전에 대한 미련으로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기 일쑤다. 결국 도박판의 초짜는 카지노나 타짜에게, 주식시장의 개미는 큰손(외국인, 기관)이나 작전세력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단적인 예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로 보자. 지난해 금감원은 1년간 35개의 테마주 매매수익률 조사한 결과 195만개 계좌에서 1조5500억원의 투자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손실을 본 투자자 중 개인투자자가 99%다. 한마디로 ‘개미지옥’이다.
그럼 어떻게 돈 앞에서 ‘쿨’해질 수 있을까? 자제력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가진 것부터 버려보자. 바로 우리 마음속에 욕심이다. 욕심을 버리면 자연히 자제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영화 ‘타짜’의 논산 소 매매소 화투 장면을 떠올려보자. 타짜인 평강장(백윤식)이 딴 돈의 반을 놓고 가자 제자인 고니(조승우)가 “반전이나 떼주면 우린 뭐 먹고 삽니까?”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자 평강장이 말한다. “타짜의 3번째 원칙. 욕심부리지마라” 연초다. 올해의 목표 수익이 100이라면, 반은 버리고 시작하자.